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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2017년 여주의 선택, 600년 전 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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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7-09-26 09: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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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의 핵심사업은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 조성이다. 일단 명칭부터 살펴보자. 품격도 있어 보이고, 세종대왕의 이념은 시대를 초월한 정치철학이며 이 시대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가 지향해야 할 이상향이라는 점에서는 합격점이다. 반면, 시민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동의하기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게 감점요소다.

명칭에 대한 의견이 양립할 소지가 있듯이, 사업자체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에서의 반응이 엇갈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찬성과 반대, 그리고 무관심으로.

지자체의 사업진행에 있어, 찬반보다 더 심각한 장애요인은 무관심이다. 해서,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 의 허와 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핵심시정에 대해 적어도 무관심은 걷어내야 한다는 의미이며, 찬반 의견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해서다. 지자체의 핵심사업일수록 민의가 충분이 반영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b>왜 세종대왕인가</b>

2014년 원경희시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여주시는 세종대왕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당시 시청 안팎의 시각은 대체로 ‘멀뚱멀뚱’ 수준이었다. 발전전략을 제대로 짚었다, 적극 동의하는 여론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3년여 동안 여주시는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지하게 노력해왔다. 지역사회의 이해와 동참의 폭은 조금씩 넓어졌지만, 아직도 ‘왜 세종대왕인가’ 하는 부분은 명쾌하게 지역상식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여주시의 공식입장은 다음과 같다.

『「세종인문도시 명품 여주」는 세종대왕이 그려 가신 무늬를 따라가 보자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하고자 펼치신 치적, 즉 생생지락(生生之樂_즐거이 생업에 종사하고 삶을 즐기는 것.)의 인문전략을 여주시 행정에 도입하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애민과 창의정신을 바탕으로 공직자와 시민의 의식 변화를 통해 여주시 시민 모두가 세종대왕을 배우고 익혀 자연스럽게 세종대왕을 이야기할 수 있고, 도시 곳곳이 세종대왕의 향기가 나고 세종대왕의 정신이 배어 있는 ‘사람 중심의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세종인문도시 명품 여주」다. 타 인문도시가 교육 등 한정된 ‘인문(학)’ 사업을 하는 데 반해 「세종인문도시 명품 여주」는 ‘세종 인문’을 바탕으로, 행정, 교육, 의식 개혁, 도시 개발 및 정비, 건설 등 여주시 모든 분야의 비전이다.

여주시는, 토건사업에서 나아가 ‘세종대왕’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한 도시 발전의 새로운 전략을 통해 규제라는 제약 속에서 잃어버린 여주시민의 자긍심도 되찾고, 경직된 지역 경제도 돈이 돌고, 돌아 활력을 되찾는 게 목적이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여주시의 공식입장 혹은 시정목표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만 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과연 여주시의 계획대로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가 착착 만들어질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는 점이다.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는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어서다. 하긴, 한방에 믿음이 팍 가는 정책이 어디 있을까마는.



<b>세종대왕, 과연 ‘여주의 얼굴’로 모실 수 있는가</b>

세종대왕과 한글은 엄청난 문화적 자산이지만, 여주 혼자만 주인을 자처해서는 별 의미가 없다. 외가이며, 능이 있고, 여러 차례 행차하셨다는 정도만 갖고 여주와의 연관성 혹은 역사성을 자랑하기에는 살짝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쥐꼬리만한 근거를 밑천삼아 발전시키고 활용해서 세계적 명소가 된 지역이 세계 곳곳에 널려 있음에 견주면 지레 주눅들 까닭이 없다. 위인과 예술인 등이 잠깐 머문 게 전부인 인연을 갈고닦아, 특정지역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사례는 지구촌에 넘쳐나지 않는가.

아직은 여주 혼자 주창하는 ‘세종인문도시’이지만, 과거의 인연보다 향후 어떻게 갈고 닦을 것인가에 세종대왕이 여주의 얼굴로 확립되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설령 세종대왕이 여주의 얼굴로 확립된들 지역발전에 뭔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주장도 없지 않은데, 글쎄? 대책 없는 비관론자임을 스스로 반성부터 해봐야 하지 않을는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참신성이다. 266개의 지자체들이 저마다 긍정적 지역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구태의연하거나 타지역과 변별되지 않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상과 전망이야 어쨌든 타지역과 선명히 차별화되고 ‘세종대왕과 한글’을 공간적으로나마 선점한 것은 의미가 크다.

다시 말해, 여주의 역사를 바꿀 만한 훌륭한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초기단계인지라 성패를 점치기에는 일러 보인다는 소리다.



<b>여주라 말하고 세종이라 답하라, 3년간의 기록</b>

2014년 2월, 당시 시장후보였던 원경희는 ‘여주라 말하고 세종이라 답하라’는 저서를 발간한다. 선거운동의 양념용으로 의심되긴 하지만, 책 내용은 나름대로 충실하다. 얼마나 오래 여주의 지향점을 고민해왔는지, 왜 세종대왕을 선택했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의 발간이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의 공식적인 시작인 셈이다.

2016년 7월 1일, 여주시는 드디어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 선포식을 갖는다. 2년여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치고나서다. 그간 기초계획수립, 조례제정, 연구용역 진행, 보고회 및 토론회 개최 등 좀 더디다 싶을 만큼 차근차근 준비단계를 밟아왔다. 대충 떠오른 아이디어로 대충 지역의 간판을 내세우는 경우에 비하면 이 부분 역시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심혈을 기울인 사업인 만큼 대단한 예산이 수반되었을 것 같은데, 실상은 짠돌이 수준이다. 2016년 3억1천1백만원, 2017년 4억2천6백만원, 2018년 4억7천2백만원, 내년까지 3년을 통 털어도 12억원이다. 웬만한 골목길 포장사업비 정도며, 웬만한 지역축제 한두 번이면 소진될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 예산으로 핵심시정을 펼친다? 물론 돈 많이 쓴다고 지자체사업이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너무 쪼잔한 규모가 아닌가. 고물 헬리콥터 구입에 1천5백억원을 배춧잎처럼 써대는 나라에서 말이다.

관련예산이 아기자기 한 만큼, 그간 펼쳐온 관련사업들 대부분도 아기자기 시시콜콜하다. 세계한인대회장 등에서 시장이 수시로 강연을 하고, 이런저런 시민과 학생 대상 교육과 활동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공화장실에 세종어록을 부착하고, 관련행사를 조촐하게 치루는 등 요란하지 않게 진행돼 왔다.

여주시가 벼르는 것은 내년 2018년부터이다. 세종대왕 즉의 600주년을 맞아 ‘세종대왕문화제’ 개최를 필두로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그것도 여주시 예산은 가능한 조금, 문체부와 국토부의 예산은 가능한 왕창 들여서 말이다. 여하튼, 문화제를 기점으로 2020년까지 본궤도에 진입한다는 각오이다. 다만, 아직은 중앙부처와 협의단계인지라 여주시의 속셈처럼 잘 풀려갈지는 미지수다. 더욱 애매한 것은 2020년까지 ‘세종인문도시’가 살아남는냐 하는 부분이다. 전임시장의 핵심사업일수록 후임시장이 엎어버릴 공산이 큰 게 지자체의 속성 아닌가. 물론 원경희시장이 재임에 성공한다면야 불필요한 기우이겠지만.



<b>숙제와 전망</b>

가랑비에 속옷 젖는 법이다. 아기자기 시시콜콜한 사업들도 꾸준히 정성껏 펼쳐진다면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 규모는 군불 때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예산절감도 좋지만, 쓸 때는 제대로 써야 효과도 제대로 나는 법이다. 세종대왕을 여주의 얼굴로 확립하고, 그 긍정적 지역이미지로 지역발전을 꾀하려면 일종의 충격요법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모두가 집중할 만한, 더 나아가 국제적 시선도 이끌어낼 만한 빅이벤트와 대규모인프라사업도 수반되어야 한다. 세종대왕릉을 필두로 여주 곳곳에 산재돼 있는 문화유산의 유기적 관계설정과 시설보강, 스토리텔링 발굴 등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며, 6차산업화의 실질적 전략수립과 이행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동참은 물론이고 여주시민 모두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는 원경희시장 한 사람에게서 출발했다. 자신의 의지를 구현하라고 리더를 뽑는 거지만, 공공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공동의 의견을 담는 게 미덕이다. ‘세종인문도시’는 좋게 말하면 원경희시장의 고뇌에 찬 결단이고, 나쁘게 말하면 원경희시장의 독선적 노선이다.

세종대왕과 한글, 거듭 말하건대 엄청난 문화자산이다. 국가차원에서 수행해도 벅찰 만큼 방대하고 무궁무진한 인문학적 자원과 문화상품화 가능성과 폭발적인 지역발전 에너지가 잠재돼 있다. 뜻만 모으면 실현할 수 있다 믿는 여주시민은 찬성할 것이고, 작은 지자체 힘으로는 언감생심이라 믿는 여주시민은 반대할 것이고, 600년 전 세종대왕이 나 밥 먹여줄 것도 아니라 믿는 사람은 여전히 심드렁할 것이다.

그래서 거듭 말하건대, 원경희 시장과 여주시는 지역사회의 동참과 여주시민 모두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의 운명이 달려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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