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소규모 시골학교 세월초교의 유쾌한 반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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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놀이 체험 |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유래를 탐구하고 분야별 달인을 찾아내는 체험형 교육이 실현되는 양평군 세월초등학교(교장 윤영택).
교과서 교육과정을 교실밖 체험과 연계하는 세월초교의 작지만 요란한 반란(?)은 최근 ‘혁신교육’ 의 화두속에 그 본보기를 보여주는 말 그대로 뜨는 학교다.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과 부모, 교사 뿐 아니라 마을의 각 분야 전문인이 교육공동체 모델을 형성하는 학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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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가 만든 학교 담장의 타일벽화 |
● 폐교 위기라는 말은 옛말, 명품학교로 변신
현재 전교생이 99명인 이 학교는 수년전만 해도 50명도 채 안되는 학교로 매년 10여명 남짓 입학할 정도의 ‘폐교 그림자’가 드리워진 소규모 농촌학교였다.
그러나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도시민들의 입학 문의 쇄도와 2년째 20명이 넘는 입학생을 기록하면서 오히려 실거주를 원칙으로 한 전·입학 규정을 두어 마을 이장으로부터 실거주 인증을 받아야만 입학이 허용되는 명품 학교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시설과 여건을 감안할 때 마을 실거주 규제 원칙이 없다면, 전학생들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 학교의 반란은 지난 2007년 뜻있는 전교조 교사 7명이 일제히 이 학교로의 전근을 희망, 뭉치면서부터다.
교사들이 나서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의 새 패러다임 개척하겠다고 나서니 학교 관리자도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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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들기 수업 |
●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 전문인이 교과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교육공동체 확립
교사들은 먼저 축제를 기획했다.
여느 학교가 연말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장기자랑이나 발표회가 아니다.
1년동안 학생과 교사, 학부모, 문화·예술 등 지역 전문인들이 교육공동체를 형성하며 이뤄낸 체험형 교육과정이 그대로 녹아있는 결실의 축제다.
세월초교는 지난 10월 2회째를 맞는 ‘달님과 손뼉치기 세월마을학교 축제’를 개최했다.
‘돌봄-배려와 관찰’ 이라는 올 한해동안의 교육 모토속에 이뤄졌던 각 학년별 체험 프로그램을 축제를 통해 종이시험이 아닌 축제의 장에서 학생들 스스로 평가하는 축제다.
교과과정속 ‘배려가 왜 필요한가’ 라는 학습은 일상생활속에서 보다 섬세하게 느끼도록 함으로써 배려섞인 말로 표출되도록 하는 체험으로 승화되고 이를 축제를 통해 그림자 연극으로 표현했다.
또 ‘내가 돌보고 싶은 것들’ 이란 주제로 토론하고 학습했던 학생들은 학교 담벼락에 180여개의 타일벽화를 꾸몄다.
‘돌봄과 배려’ 라는 축제의 주제속에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가 만든 애니메이션과 영화, 율동 등이 선보였고 학년별 학습과정과 결과물이 다양하게 전시되면서 이 학교 풍년농사의 결실 또한 교육공동체 모두가 진한 보람으로 느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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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그림책으로 꾸민 작은 도서관 |
● 제대로 된 축제, 학생과 마을을 위한 축제를 만들자
인성의 가르침을 내포한 교육공동체와 화합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 3년전 축제의 기획 의도였다.
학부모와 동문들도 당시 학교를 살리는 길이라면 발벗고 돕겠다고 나섰다.
학교측은 당시 경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3천3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학교 예산과 동문회의 도움으로 모두 6천여만원의 예산을 투입, 외부 연극예술 감독을 포함한 학부모와 교사, 주민 등 세월마을학교축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마을 이름인 ‘세월리’의 ‘월(月)’을 본 따 ‘주민들과 함께 손을 마주친다’는 의미로 축제 이름을 ‘달님과 손뼉치기 세월마을학교 축제’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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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배우는 수업, 빨래하기 |
● 마을이 하나된 축제, 인성이 배어 있는 축제
학생들은 축제를 준비하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할아버지 저 고개 이름은 그 옛날 뭐라 불렀죠?”, “옛날엔 양평읍 나가던 그 고개를 사슬고개라 불렀어...”
아이들은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어르신을 만나고 질문을 통해 옛날엔 학교앞에 나루터가 있었고 배가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어르신들도 아이들에게 할 말이 많이지면서 자연스런 소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을의 달인도 학생들이 찾아냈다.
허름하지만, 마을의 공방에서 대금을 제작하는 주구석씨를 찾아 대나무로 만든 대금만들기 체험과 이야기를 꽃피웠고 학부모 김혜경씨가 취미로 익혔다는 드럼과 모둠북솜씨에 탄성을 내기도 했다.
지푸라기 짚신과 멍석, 망태기 만들기의 달인인 마을 어른신을 만난 이후 아이들은 길에서 ‘지푸라기 할아버지’를 만나기라도 하면 서로 달려가 인사를 드리곤 한다.
또 바쁜 농번기지만 짬을 내 참여한 마을 어르신들과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영화감독이나 연출가가 되곤 한다.
축제 때 선보일 영화제작을 위해 감독과 연출가가 되어 카메라 앵글을 잡아 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결혼 후 이렇게 웃어본 건 처음이야” 라며 웃음에 흠뻑 빠진 할머니부터 5년 전 이사온 한 학부모는 “도시 생활에 비해 너무 행복하다”며 마을의 인심과 아름다운 지역공동체 삶과 함께 영위하는 만족감을 영화속 조연으로 그대로 나타내기도 했다.
이밖에 학생들은 교과과정속 지도수업을 연계 ‘세월표 마을지도’와 이야기를 담아냈고 그림책으로 만든 미니집을 선보이는 등 축제를 통해 굳이 학습내용을 설명하지 않아도 전시된 작품을 보며 체험형 교과과정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3년전부터 시작된 이러한 세월초교의 반란은 인성교육과 자연속 체험을 질높은 교육의 눈높이로 삼는 도시민들의 교육열과 맞물려 시골로 향하는 역러시 대상 명품학교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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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초교 윤영택 교장 |
● 세월초교 윤영택 교장 인터뷰
- 세월초교가 타 학교와 가장 구별되는 점은.
▲우선 타 학교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학부모와 교사간의 일체감이 남다르다.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것은 그만큼 소통이 충분하고 학부모들이 학교의 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타 학교의 경우 어머니회가 대부분 있지만, 우리 학교는 아버지회가 있어 학교와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의 소통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학부모의 참여가 크고 더 나아가 마을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점은 현대 교육에 있어 매우 중대한 문제다.
또 학생들은 교과과정속에 문화·예술체험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내용의 질적인 부분이 다를 것이라 본다.
- 2010년 9월 혁신학교로 지정됐는데 학교 운영방침은.
▲학교 교육은 결국 심성이 바르고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사회공동체속에서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반듯한 아이를 키우는 일이다.
세월초교의 생활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밑거름이 되는 교육 실현이 교사들과 더불어 나의 소망이다.
실질적으로 지금의 세월초교를 만든 이들은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다. 나는 교사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일일 뿐이다.
독서교육을 통한 품성과 하나의 교과과정에서 체험형 연계 프로그램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길러내고 지역공동체를 인식하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조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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