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이 충격에 휩싸였다. 단월면에서 묵묵히 일해 온 정 모 면장이 특검 조사를 받은 지 엿새 만에 생을 마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진술서 안에는 공포와 절망, 그리고 억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사실대로 말해도 계속 다그친다.”, “사실을 말해도 거짓이라고 한다.”, “이 세상을 등지고 싶다.”
이 짧은 문장들이 한 사람의 마지막을 설명한다. 그는 부패한 권력자도, 거대한 비리의 중심도 아니었다. 그저 공무원으로서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해 온, 평범한 ‘우리 양평 사람’이었다.
특검은 그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그러나 그날의 조사실은 참고인의 자리가 아니라 피의자의 자리에 더 가까웠던 듯하다. “회유와 강압에 지쳤다”는 문장은 그가 얼마나 심적으로 압박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이것은 ‘수사’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공권력의 폭력이 만들어낸,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양평군청 안팎은 지금 슬픔과 분노로 뒤덮였다. “열심히 일하던 정 면장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했느냐”, “그렇게 오래 같이 일했는데, 너무 착한 사람이었는데...”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눈물과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 사람들도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떨군다.“이제는 누가 양평을 위해 일하려 하겠냐”는 절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특검은 말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였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람을 짓밟아도 되는가? 참고인을 피의자처럼 몰아세우고, 새벽까지 유도신문을 반복하며, “사실대로 말해도 거짓이라”는 절망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그 것은 수사가 아니라 영혼을 무너뜨리는 형벌이었다. 정의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 법치의 기본이며, 자유민주주의의 마지막 울타리다. 하지만 지금 그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다.
양평은 상처받았다.
팔당 규제 50년, 서울~양평 고속도로 중단, 끝없는 정치 공방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온 군민들이 이제는 ‘특검의 폭력’ 앞에서 또 한 번 울고 있다.
이제는 외치고 싶다.
“양평을 더 이상 정치의 실험장으로 만들지 말라.”,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
정 면장의 마지막 진술서 내용은 대한민국의 양심을 향한 절규의 유서다.
그의 죽음이 ‘진실을 위한 희생’으로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그 것은 ‘무도한 수사에 희생된 비극’으로 기억되어야 하며 이에 침묵한다면,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
이제라도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
양평이, 그리고 대한민국이 더 이상 울지 않도록.
양평지킴이님의 댓글
양평지킴이 작성일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