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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떠나야 할 길… 우리가 품어야 할 마지막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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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06-16 08: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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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이 화장터가 생긴다는 소문만 돌아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시설이 없어서 먼 데까지 가야 하는 불편은 또 누가 책임지나요."


지평면에서 만난 김 모(67) 어르신은 장사시설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레 꺼냈다. 겉으로는 반대하지만, 속으로는 그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양평군에는 공공 화장시설이 없어 고인을 떠나보내는 유족들이 인근 춘천시, 원주시, 성남시로 원거리 운구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 1월과 2월 등 환절기 경우 화장시설 부족으로 3일장 비율이 30%대로 급감하고, 때문에 4일장을 치루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산부인과로 가고, 병들면 병원으로 간다. 그렇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장례문화는 더 이상 집안의 일이 아니라, 지역이 함께 감당해야 할 복지의 영역이다. 양평군이 세 번째 도전하는 종합장사시설 건립은 그 복지의 빈틈을 채우는 일이다.


과거 두 차례의 공모는 실패로 끝났다. 주민의 반대, 오해, 갈등이 겹쳐지며 계획은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군이 직접 나서서 적정 부지를 조사하고, 절차적 공정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후보지는 20곳을 넘어섰고, 공간정보 시스템과 현장 실사를 통해 적합성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


"예전에는 몰랐어요. 그런데 지난해 큰오빠를 보내면서 알았죠. 양평엔 왜 아직도 공공 화장시설이 없는지." 강상면에 사는 50대 주민 이 모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시신을 차량으로 1시간 이상 운전해 가며 마음속으로 수십 번 자문했다고 한다. ‘우리 군엔 왜 아무것도 없는가.’


장사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길을 조용히 도와주는, 침묵의 복지이다. 단순히 화장장 하나 짓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봉안당과 자연장지, 작은 추모공원과 편의공간이 함께하는 ‘품격 있는 이별 공간’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다.


물론 우려가 있다. ‘우리 마을은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 마을이니까, 더 품격 있게 만들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피가 아닌, 품음의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양평은 사람을 살리는 땅이어야 하며, 사람을 보내는 땅이기도 해야 한다. 누군가의 마지막 여정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군이 되어야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가 얼마나 인간다운 선택을 할 수 있는지가, 결국 양평이라는 공동체의 성숙도를 말해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세 번째 도전. 이번에는 함께 성공해야 한다. 그것은 행정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성숙한 참여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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