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2년, 바람에 흔들리되 뿌리는 굳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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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칼럼이 제격일 텐데 보름 넘게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전망하려 해도 2012년은 365일 바람 잘 날 없을 게 뻔해 보여서이다. 좋은 결과가 보장된다면야 어떤 모진 바람인들 마다하겠는가마는, 단지 헛된 기대만 구름처럼 일으켰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바람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11년은 바람의 해였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과 기득권에 좌절한 민심이 ‘안철수’와 ‘나꼼수’에 집결되고 확대 재생산되어 광풍과도 같이 대한민국을 덮쳤다. 결과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의 모든 병폐는 대통령 잘못 뽑은 탓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병폐는 이상(理想)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해괴한 사조(思潮 : 한 시대의 일반적인 사상의 흐름)를 범람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전문성은커녕 준비과정도 생략하고 뛰어든 자영업이 잘 안 돼도 MB탓, 공부가 게을러 가고 싶은 대학에 못 가는 것도 교육정책 탓으로 돌리는 게 우스꽝스럽다면, 대통령만 잘 뽑으면 아무나 가게 문 열어도 장사 잘되는 세상, 누구나 가고 싶은 대학을 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바람은 정치판만 휩쓴 게 아니었다. 중고등학생의 겨울은 ‘노스페이스’가 장악했다. 동일 브랜드의 패딩점퍼 없는 청소년은 그들 세계에서 ‘왕따’가 됐고, 상품 가격대에 따라 신분등급이 매겨졌다. 이 한심한 유행병을 타일러봐야 소용이 없다. 대통령이 국가의 대표 조롱감이 돼버린 세상에서 한창 혈기 넘치게 뛰어다니는 청소년에게 선생 말이 부모 말이 어른 말이 씨알이나 먹히겠는가. 엄밀히 말하면, 아파트 평수나 자동차 배기량으로 등급을 매기는 버릇은 어른들이 먼저였으니 청소년만 탓할 일도 아니다.
청년세대는 가히 망국적인 외모중심주의 바람에 사로잡혀 있다. 십년 전만 해도 천박하다는 뉘앙스가 강했으며 때에 따라서는 욕설에 가까웠던 ‘sexy’가 젊은 남녀를 평가하는 제일 잣대가 되었다. 외국에서는 중증 병리현상이 아니면 시술하지 않는 양악수술(상악과 하악의 뼈를 잘라서 2개로 분리한 다음, 이동 교합하는 수술. 하악지신경 손상 가능성 잠재.)이 예전 눈꺼풀 수술만큼이나 흔해지고 있다. 굶어서라도 허리는 가늘게 만들어야 하고, 머릿속은 텅텅 비어도 복부근육은 키워야 하는 게 청년세대의 불문율이 되었다. 이 또한 뭐라 타이를 말이 없다. 껍데기에 홀려 알맹이를 잊는 버릇은 기성세대의 유산이 아닌가 말이다.
온갖 바람에 정신없는데, 예측하지 못한 바람이 북녘에서 밀어닥치고 있다. 권력이 자자손손 계승되는 꼴도, 새파란 청년 앞에 머리 조아리는 머리 허연 북녘 지도자의 몰골도 기괴하기 짝이 없다. 재벌이 대대손손 계승되는 꼴도, 새파란 청년 앞에 머리 조아리는 머리 허연 임직원의 몰골에도 익숙해진 눈으로 봐도 기괴하기 이를 데 없다. 북녘의 바람이 어떤 바람으로 이어질지, 또 어느 못된 버릇이 북녘의 바람을 어떤 바람으로 써먹을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분명한 건, 2012년은 2011년보다 더욱 바람이 잦고 거세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바람은 요란하게 허섭스레기를 날려버릴 수 있지만 뿌리박힌 풀뿌리는 함부로 뽑아내지 못하는 법이다. 바람만 불면 뭔 바람인지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텀벙텀벙 뛰어드는 사람이 지천이지만, 세상없는 바람이 불어도 한눈팔지 않는 사람 역시 건재한 덕분에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바람에 기대 기적을 꿈꾸는 사람이 넘쳐나도, 바람은 일시적이면서 유희적인 변화에 지나지 않음을 간파하고 있는 사람 역시 건재한 덕분에 세상이 굴러가는 법이다. 바람만 제대로 불면 대한민국의 병폐가 죄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리라 믿는 사람보다는, 긴 세월 누적된 병폐의 치유에는 긴 세월의 노력이 필히 수반되어야 함을 믿는 사람이 더 많은 덕분에 더디게라도 세상이 나아지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은 날리되 머릿속은 흐트러지지 말자. 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미되 움츠러들지 말자. 제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 닥쳐도 뿌리는 잃지 말자. 필자의 2012년 소망이다. 독자제위께서도 저마다의 새해 소망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임진년 한해를 힘차게 출발하기를 기원한다.
독자제위께 YPN 임직원 일동이 큰절을 올린다.
임진년 새해, 땀 흘린 만큼 결실을 맺으소서.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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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나는 누구?님의 댓글
나는 누구? 작성일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날카로운 지적으로 양평이 바른길로 갈수있는
이정표를 제시하는 YPN 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