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하나조차 마음대로 못걸고..." 벼랑 끝에 선 양평 건설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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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았으면 다들 일하느라 바빠 축의금만 보냈을 텐데, 이번엔 중장비업체 대표 자녀 결혼식장에 업체 종사자들이 죄다 모였더라.” 얼핏 들으면 미담처럼 들릴 수 있는 이 한마디는, 요즘 건설업계의 처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씁쓸한 풍경이다.
국가 전반의 건설 경기 침체 속에 양평군 역시 깊은 한파를 맞고 있다. 분양은 지지부진, 자재비는 급등, 금융은 꽉 막혔고, 이제는 현장 자체가 멈췄다. 굴삭기 시동도 못 걸고, 레미콘은 굳기 직전. 공사판은 돌아가지 않고, 건설업 종사자들은 일이 없어 예식장에 앉아 있었다.
그나마 살아남기 위해 택한 마지막 홍보 수단이 국도변 현수막 광고였다. 차량 통행 많은 구간에 분양 정보나 업체 이름이라도 한 줄 걸어보면, 전화 한 통, 계약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섞인 생존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양평군의 불법 현수막 단속 강화로 전면 차단되고 있다. "돈 들여 현수막 만들어 붙이기만 하면 하루 이틀 만에 떼어가고 벌금 딱지 붙인다"는 볼멘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 소규모 주택개발업자는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 불법이네 뭐네 할 처지가 아니다. 당장 다음 달 직원 월급 줄 수 있을지 모르는데, 현수막 한 장 걸 기회도 안 주는 게 말이 되냐.”
물론 행정이 안전, 도시 미관과 공공질서를 위해 불법 광고물을 정비하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시절이 아니다.
모두가 위기라 말하는 상황이라면, 행정 역시 위기에 걸맞은 유연한 대응과 임시적 배려를 고민해야 한다.
한시적 홍보 구역 설정, 일정 기간 유예 조치, 승인 받은 일정 조건 하의 제한적 허용 등 지금 필요한 건 ‘모두 안 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행정 철학의 변화다.
건설업은 양평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중장비, 인력, 자재, 설계, 분양, 홍보까지 연결된 산업 구조 속에서 한 고리가 끊어지면 줄줄이 무너진다. 지금처럼 아무 일도 없으면, 예식장은 사람으로 가득 차고 현장은 사람 대신 먼지만 쌓이게 된다.
예식장에 모인 중장비업계 종사자들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은 말 못 할 절박함과 체념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언제 다시 장비를 돌릴 수 있을지, 다음 현장은 있을지, 그조차 불확실한 가운데 친구의 자녀 결혼식이 그나마 사람 구경하고 인사 나눌 수 있는 ‘작은 현장’이 된 셈이다.
양평군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현수막 몇 장의 질서를 지킬 것이냐, 아니면 지역 산업의 생존을 위한 숨통을 열 것이냐. 지금 이들의 마지막 요청을 무시하면, 내년 결혼식장엔 웃음소리조차 사라질 수 있다. 행정이 규제를 위한 규제에서 벗어나, 현장의 절박함에 공감하는 유연함과 따뜻함을 보여줄 때다.
지금 필요한 건 단속이 아니라, 배려다. 그리고 이 목소리에 응답할 시간은 많지 않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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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양평인님의 댓글
양평인 작성일기사처럼 군민들이 힘든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체 하는건지
모르는건지 하루종일 웃고 줄기는분도 계시다고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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