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 안주 옆의 인생, 그 버팀이 희망입니다
페이지 정보
본문

요즘 따라 마음이 자주 울적합니다. 쏟아지는 경제 뉴스가 아니더라도, 거리의 적막함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장사도 안 되고, 일거리도 없고, 사람들은 점점 말수가 줄어갑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말없이 하루를 흘려 보낸 저녁, 위로 받고 싶어 단골 치킨집에 들렀습니다. 조용히 치킨을 시키고, 소주 한 병을 앞에 두고 앉았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을 다독이고 싶었습니다. 그때, 옆자리 네 분의 술자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골뱅이 안주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술잔을 돌렸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요즘 너무 힘들어서 못살겠어.”, “일감도 없고, 버틸 재간도 없어.”, “아이 학원비도, 생활비도 감당이 안 돼.”, 그 말들은 마치 제 가슴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낯선 이들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내 마음속 말이 되어 울렸습니다.
그들의 눈빛엔 좌절보다 더 고단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버팀’이었습니다. 웃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그 웃음 너머로 매일을 버티는 사람들이 가진 깊은 체념과 의지가 보였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나눈다는 말, 예전 같았으면 다들 바빠 축의금만 보내고 말았을 텐데 일감이 없다 보니 사람 구경 겸 얼굴 한번 보려고 참석했다는 말. 그건 단순한 유머가 아니었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현장이 없는 삶의 현실을 담담히 말하는 진심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거리 곳곳에 걸렸던 주택 분양 현수막도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경기 침체에 이어 행정의 단속이 덧씌워지니 그나마 마지막 희망처럼 붙들던 광고마저 사라진 것입니다.
이제는 이름 한 줄 걸 곳도 없이, 그저 기다리는 일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여전히 일어나고, 가게 문을 열고, 가족을 챙기고, 자리를 지킵니다. 그게 바로 이 시대의 ‘버팀’입니다.
그리고 이 버팀이야말로 양평이라는 고장, 이 사회를 떠받치는 진짜 힘입니다. 누구도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지금을 살아내는 우리에겐 그런 말보다 더 필요한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당신, 정말 수고 많았어요.”, “당신 덕분에 우리 동네가 오늘도 버팁니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쓸쓸한 골뱅이 안주 위에 놓인 인생의 무게를 잠시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어렵고, 내일도 막막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버티고 있기에, 우리는 아직 괜찮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고단한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박수를 보내야 할 때입니다. 살아내고 있는 당신, 그 자체로 이미 대단합니다.
(발행인 안병욱)
안병욱 (ypnnews@naver.com)
- 다음글"현수막 하나조차 마음대로 못걸고..." 벼랑 끝에 선 양평 건설업체 25.03.27
![]() |
댓글목록
양평인님의 댓글
양평인 작성일골뱅이 안주가 고급 안주처럼 느껴질만큼,
더 어려운 상황이 안 왔으면 좋겠읍니다.
무분별한 광고 및 악성댓글을 차단하기위한 방침이오니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