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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참혹한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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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3-03-26 04:29 댓글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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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참혹한 파국

일주일 내내 마음이 무겁다. 남편을 살해한 아내와 아내에게 살해당한 남편. 두 사람의 비극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현장을 목격이라도 했던 것처럼 충격의 파장 역시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부부라는 게 살다보면 지지고 볶을 때도 원수 삼을 때도 있기 마련인데, 어쩌다 이 부부는 이렇듯 참혹한 파국으로 치달았을까. 딴 동네가 아닌 이 땅 양평에서의 비극이라 내막을 살펴보기도 전에 우선 가슴부터 아파온다.
 
2013년 3월 25일 오전 11시 25분부터 40분 남짓, 아내 G모씨(46세)의 현장검증이 있었다. 동네 사람 여럿이 지켜보았는데, 누구 하나 큰 목소리 내는 사람이 없었다. 서로서로 나지막이 혹은 귓속말로 ‘쯧쯧 어쩌다가 이런 일을’ ‘아이고, 불쌍해서 어떻게’ 하며 혀를 찰 뿐이었다. 경찰들 역시 조용조용 피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했으며, G모씨는 그 밤의 참극을 혼이 빠져나간 허깨비처럼 재연했다. 

현장검증 직후 필자는 피의자 G모씨를 만났다. 몇 번의 망설임 끝이었다. 행여 천박한 호기심 따위가 섞여 있는 게 아닌가 거듭 자문해보고서야 마주앉았다. 수사과장실에서 한 형사가 따뜻한 차 한 잔씩을 놓아주었다. 마주앉은 피의자가 손을 대지 않았기에 필자 또한 물끄러미 찻잔만 내려다보았다. 현장검증 내내 바람이 쌀쌀했기에, 남편을 이리 떠나보낸 심정이 얼마나 시리고 아릴지 몰라, 목이라도 좀 축여 잠깐이나마 온기를 머금어보라 권하지도 못했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건조한 목소리로 전달되기 바라며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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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부부 간의 문제는 당사자밖에 모른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주변의 충격이 매우 큽니다. 평소의 부부 사이는 어땠는지 말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b>

<b><font color=green> 피의자 : </font>  좋았어요. 우리 얘기 아빠 절대 나쁜 사람 아니고,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동네 사람이 다 알아요. 너무 발이 넓고, 사람들하고 어울려 노는 걸 너무 좋아하고 그랬어요. </b>

G모씨는 말보다 훨씬 많은 울음으로 대답했다. 필자는 사람의 울음소리가 그렇게 깊숙한 곳에서 울려나올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사람의 몸뚱어리가 아니라, 마치 동굴 속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에서 솟구치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또 한참을 말을 잃었다. 몇 마디 대답 속에 담겨 있는 G모씨의 아픔이 저릿하게 옮겨왔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사건 당시 정황과 본인의 감정 상태는 어땠습니까?  </b>

<b><font color=green>피의자 :</font>  그날도 겁만 주려고 그랬어요. 그랬는데 그냥 저도 모르게 저질렀어요. 며칠 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연락도 안 되고, 부쩍 노름도 잦아지고,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어요.  </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지금 제일 후회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b>
   
<b><font color=green>피의자 :</font>  얘기아빠가 제일 보고 싶어요. 얘기아빠한테 너무 미안해요. 딸아이한테도, 시부모님한테도. 이제 얘기아빠를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파요. </b>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여러 사람을 만났고, 많은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거의 대부분이 안타까움과 동정어린 견해를 피력했다. 살인은 인간의 가장 큰 죄다. 어떤 이유든 살인을 정당화할 수도, 살인자를 옹호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당사자 주변인들은 누구 하나 피의자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다. 고인에게 누가 될 만한 내밀한 얘기가 입초시에 오르내리는 일을 극구 가로막는 동시에 피의자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을 뿐이다. 

저간의 사정을 낱낱이 들어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구석은 없는지 살펴보려던 계획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대화를 이어갈 상황이 아니었다. 아득한 깊이에서 처절하게 울려오는 울음을 끊고 질문을 던지는 일은 정말 잔인한 일이었다. 또 한참을 기다리다 힘겹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b>

<b><font color=green>피의자 :</font>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너무 착한 딸인데... 너무 미안해요. 시부모님께 죄를 빌 수도 없어요. 자식을 잃은 가슴이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동네 분들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다들 좋은 분들인데... 딸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요. 친구들한테 왕따 안 당하고 꿋꿋이 마음먹고 있기만 바래요.  </b>

G모씨는 의식적으로, 변명처럼 보이거나 혹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비쳐질 수 있는 표현은 극도로 경계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사건당시 만취상태였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콕 짚어서 물어봐도 특별한 대꾸가 없었다. 딸에 대한 걱정만 거듭 토로했다. 유명을 달리 한 이 부부의 딸이, 한창 꿈 많을 어느 여고생이 느닷없이 떠안고 만 황망한 좌절이 내 피붙이의 것인 양 필자를 엄습해왔다.   
 
남편을 살해한 아내와 아내에게 살해당한 남편. 오죽하면 그랬을까, 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 세간의 눈초리이다. 세간의 일원에서, 아내를 둔 남편 남편을 둔 아내로서의 개인으로 분리되면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사뭇 남에 일로만 보이지가 않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은 언제나 버거운 일이다. 부부는 이 버거운 일의 중심이다. 세파를 헤치고 가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의 양쪽을 하나씩 감당해야 한다. 누군가 굴레의 한쪽을 놓아버리면 다른 누군가는 굴레의 양쪽을 걸머져야 한다. 한쪽만 감당해도 어깨가 휘는 삶의 굴레를 두 쪽 다 감당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한 때 그토록 뜨겁게 사랑했던 내 아내 내 남편이 아니던가.

타인의 비극 앞에서 내 결혼생활의 교훈을 얻는다. 참으로 파렴치한 깨달음이다. 

 

 

YPN뉴스 (ypnnews@naver.com)

댓글목록

양평인님의 댓글

양평인 작성일

범접하고 싶지 않은 아주 무거운 사회문제의 현장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당사자를 만나 인간적인 배려의 인터뷰를 시도한 발행인의 노력이 가상해 보입니다
정상이 참작되어 가정의 불행이 계속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 분당에서 -

다시는없어야님의 댓글

다시는없어야 작성일

죄인은죄인이고 망자가불상하지요 값싼동정심은 또다른범죄를 양산해요 죄값은당연이치뤄야하고 순간에잘못이평생가는줄왜모르고 양평지역범죄가늘어나는지 이래서 인성교육인내교육을 받은후결혼시켜야합니다,

쯔쯔쯔님의 댓글

쯔쯔쯔 작성일

부부가 어디 남인가? 남편이 잘못하면 아내도 죄인이 되는거구 아내가 잘못하면 남편도 죄인이 되구 그러는거지. 결과적으로야 살인사건이지만 따져보면 부부싸움이 격화되다보니 재수 옴붙어서 이런일이 벌어진거지.

살인을 했으니까 정상참작도 없이 징벌만 높이면 남은 자식이랑 시부모는 어쩌라구. 할말은 아니지만 내가 여기 남편같은경우라면 저승에서라도 내 마누라 징역 약하게 때려달라구 빌겠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원참 ...님의 댓글

내원참 ... 작성일

지금 무슨의도로  피의자를 인터뷰한건지  모르겠어요.
세상에  살인자를  따로  불러서  인터뷰하고 그것도  공공장소인 경찰서에서 
무슨 의인인양 하는것은 언론으로써 본연의역활이  아니고  프레스파워로 군림하는 자세를 의연중에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인것입니다.
참언론은 겸손합니다. 

삽질님의 댓글

삽질 작성일

암만 봐도 살인자를 의인으로 다룬게 안보이는데                                                                                                      이 냥반 눈에는 엑스레이가 달려나부네                                                                                                                      안타까운 사건일수록 피의자입장도 들어봐야 하는건 당연하지 않나?                                                                                    공공장소에서 인터뷰하는게 유세라고라?                                                                                                                1 청와대 정부청사에서 인터뷰하는 언론들은 다 나뿐넘들이네 ?    정말ㅇ웃기시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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