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평문화원 육선자 선생 "다도(茶道)란 기다림, 쉼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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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사회속에서 현대인들의 일상은 기계적인 편리를 제공받았지만 이젠 다소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우리의 예법이 도태되어 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다도(茶道) 교육을 통해 단순히 차를 마시는 예법을 넘어 그 속에 내포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기다림의 미학’을 전수하는 이가 있다.
양평문화원 예절봉사분과위원회 예절·다도강사로 활약 중인 육선자(여·43)선생.
육 선생은 “다도는 사치와 복잡함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인간의 자연스런 내면과도 같은 소박한 생활 그 자체다”라며 20여명 안팎의 회원과 수많은 학생들에게 그 뜻과 의미를 전달하는 일을 큰 행복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남한강의 아름다움에 반해 터를 잡고 8년째 양평인으로 사는 육 선생은 2002년부터 양평문화원 예절봉사분과 다도반을 발족, 한국의 차 문화와 행다법(차를 다리거나 마시는 방법)을 강의를 시작했다.
“우리의 현실은 여유가 부족하고 쉼이 없으며 인간의 내면으로 대화를 나눌 공간이 부족하다”며 “다도는 차를 우려내는데 대한 인내를 배우고 온기가 담긴 차를 건네는 과정에서 온정까지 소통하는 것이 바로 다도다”라고 육 선생은 말한다.
육 선생은 6년째 자신이 생각하는 다도의 의미와 전통성을 고수하며 회원들이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전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전수자의 역할도 해오고 있다.
특히 매년 가을이면 열리는 정기발표회는 부인들이 자기수양을 할 수 있는 ‘수양차법’부터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에 격을 해소하는 ‘고부차법’,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차법’까지 그동안 갈고 닦은 회원들의 솜씨가 맘껏 발휘된다.
4월 산수유꽃이 만발하는 산수유축제장에는 어김없이 차셋트와 다도기를 들고 나와 오는 이, 가는 이들에게 향긋한 차 내음을 풍기기도 하며, 한 여름밤 양수리 세계야외공연장에서는 양수리의 상징이기도 한 연(蓮)으로 만든 차를 선보여 우리차를 알리는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육 선생이 가장 뿌듯할 때는 예절강의를 받은 학생들의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예절교육을 받고 온 이후로 아이들이 무언가 달라졌다”라는 소리를 들을 때다.
양평군 강하면에 위치한 강남예절원과 유치원, 학교 등을 방문, 예법을 모르고 자라는 학생들에게 다도를 비롯한 한복 바로입기와 어른을 상대할 때의 바른 자세 등의 교육도 육 선생의 몫이다.
“기다림의 미학, 쉼표의 미학이 다도다”라고 정의하는 육 선생은 오늘도 일상에 찌들린 사람들에게 기다림과 쉼의 여유가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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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茶는 좋은 사람과 같다” 육 선자 선생이 말하는 다도
육 선생은 고려의 차인 이숭인(李崇仁 1347~1392)의 싯구절 중 ‘좋은 차는 좋은 사람과 같다(佳茗似佳人)’는 표현을 좋아한다.
즉 차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 자신을 발견함은 물론 가족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내면의 수양 공간을 조성하기에 차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소통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특히 다도가 부여하고 있는 여유는 생각을 통한 반성과 자아를 발견할 수 있어 언제부턴가 자기 자신은 잃어버린 채 살아왔던 우리의 어머니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배움이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희생은 너무도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운 희생을 위해서 어머니 자신을 버린 희생은 결코 따뜻한 가정을 만들지 못한다”며 “그러했기에 자식과 남편에게 헌신한 희생은 어느 순간 어머니들의 보상심리로 작용하고 그것이 고부간의 갈등을 낳아 아름다운 희생은 어느새 묻혀지고 만다”고 말한다.
따라서 다도를 통해 정서를 수양하고 어머니 자신을 발견할 여유를 되찾아 마음이 풍요롭고 따뜻한 가정이 동반되도록 할 때 그 희생이 더 빛날 수 있다고 육 선생은 말한다.
육 선생은 양평지역에 다도문화와 전통문화를 뿌리깊게 배어넣는 일에 몰두할 계획이다.
결국 문화가 성숙해야 지역이 변화되고 성숙할 수 있다는 일념하에 생활이 예술과 문화로 승화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도를 몸소 실천하는 일상은 좀 더 되돌아 보고 기다릴 줄 알며, 조급해하지 않는 차분한 여유를 마음에 담아 낼 줄 아는 것, 즉 내 가정과 내가 속한 사회가 여유롭고 넉넉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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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선생에게 찾아온 다도라는 인연
독문학을 전공했던 육선생에게 다도와 우리 전통예법은 살아가는데 꼭 배워야 한다고도 필요하다고도 불편하다고도 느낄 만큼의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1996년 전공분야를 살리기 위해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어느 날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독일의 그 유치원이 한국문화를 알고 싶다며 육 선생에게 일일교사의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한 것이다.
당시 육 선생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어떤 것이 한국의 문화이고 무엇을 외국인들에게 말해주어야 하는지 앞이 캄캄했던 것.
육 선생은 당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한국인으로서 어찌할 지 모를 만큼 모국에 대한 전통예법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엔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우리나라 예법에 대해 익혀야 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찼어요”
이렇게 마음을 먹고 고국에 돌아온 그녀에게 우연한 인연에 의해 이웃주민으로부터 다도교실을 접하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던 걸까요? 전통예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갑자기 저를 찾아온 거예요”
그 후 우리나라 예법에서 풍기는 단아함과 차분함 속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그로 인해 느낀 다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그것이 다도와 육 선생과의 첫 인연이다.
전북대학교 독문학 석사과정까지 수료한 그녀는 본격적인 우리 예법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고, 2000년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대학원 생활예절과 다도를 전공, 2002년 예다학 석사학위를 별도로 취득하기도 한다.
학구열이 높았던 육 선생은 이와는 별도로 2005년 성균관 대학교 동양철학과 문화철학을 전공, 2007년 박사과정까지 이수한 엘리트다.
그러나 다도의 인연은 결국 육 선생의 생활이 돼 버렸다.
양평에서 다도와 예법의 전도사로 다시 태어난 육 선생에게 다도는 인생의 동반자나 다름없는 소중한 일상이자 철학이다.
/김송희기자
YPN뉴스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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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덕기님의 댓글
강덕기 작성일육 선생님의 활발한 활동 축하 드리며
예절.다도 강사로서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문화원 발전도 같이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