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시민포럼)우리교육의 노마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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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공간은 한반도, 그것도 분단된 남쪽 땅에 살고 있어서 아래위가 꽉 막혀 무척 답답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바이칼 호에서 몽골 초원, 만주 들판을 누비던 유목족이었던 우리의 먼 조상들을 상상하다보면 더욱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산골이었지만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몽골의 씨름인 ‘버흐’와 우리의 ‘씨름’, 몽골의 ‘어워’와 우리의 ‘성황당’ 그리고 버드나무가 생명의 나무라는 몽골, 만주 신화와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을 낳은 유화부인을 떠올릴 때, 몽골의 신화 ‘백조 여인’과 우리의 전설 ‘선녀와 나무꾼’이 너무 흡사한 걸 생각할 때마다 나는 마치 드넓은 대륙의 벌판을 말을 타고 달리듯 가슴이 뛸 때가 있다.
비록 몸은 한반도 남쪽에 갇혀 대륙으로 진출을 못하고 있지만 의식만이라도 유목민의 삶처럼 만주 들판과 몽골 초원을 누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무한한 사이버 들판을 누빌 수 있는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인 것도 유목족의 핏줄이 흐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목족의 삶의 양식을 노마디즘이라고 부른다. 노마디즘은 특정한 삶의 가치나 방식을 벗어나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적 개념이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체의 방식이라는 의미에서 현대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이 노마디즘을 침략적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좋은 뜻으로 노마디즘을 풀이하면서 우리 교육의 노마디즘을 생각해 보자.
2004년 발표한 우리나라 세계 지식경쟁력 지수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특히 초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 분야 투자는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어 지수를 낮추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서양의 지식이나 기술을 수입하여 소비하는 국가였지 지식, 정보를 생산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우리의 초중등교육, 고등교육이 창조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아직도 논문 중복 게재나 표절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초중등학교에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석차까지 공개한다는 것이다. 일제고사 제한이나 석차 공개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공부와 서열화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교육적 판단은 들어볼 수가 없다.
그리고 대학 논술 고사도 축소 혹은 폐지한다고 한다. 실시 방법의 문제가 있지만 도입 취지는 창조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고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었다.
또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류학교, 삼류학교라는 멍에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의 삶을 주눅 들게 했는가를 잘 알 텐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건지 뚜렷하지 않다.
이러한 정책은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산업시대의 방식을 고집하는 일이다.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 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타자를 가르치는 일이고, 손가락 하나로 순식간에 문자를 날리는 엄지족에게 편지를 써서 부치라는 일과 같다.
우리 교육의 노마디즘은 폐해가 검증된 정책의 반복이 아닌 창조적 정책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분법적인 대립에서 제3의 창조적인 길을 모색해야 하며 무엇보다 그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산업시대의 사고방식을 과감히 버릴 때 가능할 것이다.
이중현 아동문학가· 양평군 용문면 조현초교 교장
/출처. 경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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