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금 억울한 양평의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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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 자살률은 전국평균보다 한참 높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좀 억울한 불명예이기도 하다. 전체인구 10만 남짓이라 단 한건의 자살사건도 통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 태반이 그렇듯. 인구가 적을수록 자살사건이 지역사회 전반에 던지는 파장이 커진다. 한 다리만 걸치면 아주 남이 아닌 사람의 죽음이기에.
양평군이 본격적인 자살예방 활동에 나섰다.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양평군민의 자살’을 개인문제차원에서 ‘양평군의 문제’로 격상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자살자의 심리적 환경과 유형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자살위험군에 대한 정기적인 상담, 복지혜택과 일자리 제공 등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활동에 기대가 되는 반면 과연 이런 정도로 양평의 자살이 줄어들까, 하는 우려가 남는다. 자살은 총체적 사회문제로 말미암은 귀납적 비극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살현상은 사회문제 혹은 개인문제의 일부분이 개선된다고 쉽게 개선될 수 없는 성질인 것이다.
누구나 행복한 세상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누구도 잡을 수 없고 누구도 머물 수 없다. 총체적 사회문제를 단칼에 베어낼 방법 역시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자살은 수십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이 필연적으로 낳을 수밖에 없는 사회병폐의 압축판이다. 휘어지고 구부러지고 뒤엉켜버린 사회병폐를 고루 펴고 바로 세우고 낱낱이 풀기 위해서는, 앞만 바라보던 눈을 돌려 뒤와 옆을 봐야 할 것이며 무턱대고 내달리던 걸음을 멈춰 낮은 데를 살펴야 할 것이다.
국가정책은 속도가 늦다. 설령 훌륭한 자살방지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되더라도 양평에까지 효과가 닿으려면 무릇 모든 국가정책이 그러했듯 하 세월이 걸릴 게 뻔하다. 양평만의, 양평 특성에 가장 부합되는 대책이 시급하다. 무릇 모든 지역정책이 그렇듯 자살방지책 역시 지역사회의 참여도에 성패가 달려 있다. 양평에 사는 사람의 절박한 심정을 양평에 사는 사람보다 더 잘 헤아리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자살하는 사람보다 더 바보는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 3분의 1이 자살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았다는 통계가 있으니 마냥 허황된 소리는 아닌 듯하다. 하긴, 이 땅에 사는 누군들 사는 일이 힘에 겹지 않을까. 어느 시인의 한탄이 뼈저리게 동감된다. 그 한탄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질긴 생명력 역시 눈시울 뜨겁게 공감이 간다. 무엇보다 강력한 자살억제력은, 밥 한 그릇 술 한 잔에 이어지고 피어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라는 걸 뭉클하게 깨닫게 된다.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
갈라진 가슴팍엔
살고 싶은 무기도 빼앗겨버렸구나
아아 저녁이 되면,
자살을 못하기 때문에
술집이 가득 넘치는 도심(都心)
- 시인 박봉우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에서 발췌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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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자살방조죄님의 댓글
자살방조죄 작성일주변에서 자살을 방조하는죄가 큰것이다.
박석남님의 댓글
박석남 작성일버려도 버려도 채워지는 삶의무게
누구나 ---- 오늘은 죽어야지----
그러나----아참! 내일 돈벌어야지!
그러고들
오늘밤 쓴소주한잔에
무거운어깨 무게를
또 망각들하지요.
가슴속에는 만번더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