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백리길에 꽃을 심는 정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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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도를 흔히 풀뿌리민주주의라 일컫는다. ‘풀뿌리’는 민초(民草)를 순화한 말인 듯싶은데, 일반국민을 잡초에 비유하기는 오십보 백보인지라 그다지 탐탁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 지방자치제도의 주인이라는 의미를 잘 함축하고 있다. 링컨이 말하고 케네디가 재탕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을 빌려 쓴다면 ‘지역주민의, 지역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을 위한’이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일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지만.
선거권이 완벽하게 보장된 지 한참이니 ‘주민의 지방자치제도’ 는 정착된 지 오래다. ‘주민에 의한’과 ‘주민을 위한’ 이 2가지 본질이 남는데, ‘주민을 위한’에는 목청을 높이고 ‘주민에 의한’에는 뒷짐 지고 있는 현상은 지방자치시대 개막 이전이나 이후나 제자리걸음이다. 다시 말해, 지자체의 임무에는 엄격하고 주민의 의무에는 느슨한 풍토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꼭 필요하다 가정하고, 백리길 양평자전거 길에 꽃을 심는 방법은 2가지다. 하나는 관리주체인 양평군이 ‘주민을 위한 사업’으로 시행하거나, ‘꽃이 피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동의하는 지역주민들이 ‘주민에 의한 사업’으로 시행하는 방법이다. 백리길 꽃길은 후다닥 꽃만 심어버리면 뚝딱 생겨나는 길이 아니다. 백리길 꽃마다 때 맞춰 물 주고 가지 쳐줘야 하는 정성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길이다. 관청의 ‘화훼식재사업’보다는 ‘주민 스스로 가꾸는 꽃길’ 이 훨씬 어울리는 길이다.
‘주민을 위한’ 일을 감시하고 평가하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는 ‘주민에 의한’ 일에 참여하는 의무와 동격이다. 의무수행 없는 권리행사는 공공의 걸림돌이다. ‘주민에 의한’과 ‘주민을 위한’ 은 양평이 더 나은 곳으로 달려가는 쌍두마차이다. 아무리 쓰레기 수거 정책이 완벽해도, 쓰레기 분리에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는 한, 쓰레기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이치다.
지구촌 어느 곳이든 살 만한 지역단위는 주민 스스로의 힘에서 비롯됐다. 이제 걸음마단계이지만 양평의 ‘지역만들기’ 사업에 지역주민의 힘이 모여야 한다. 양평군의 문제를 성토하기에 앞서 스스로 치유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집결돼야 한다. 내가 가꾸는 내 동네 한 귀퉁이에 몰래 쓰레기를 내다 버릴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14개 양평시민단체는 ‘자전거 꽃길 만들기’에 뜻과 힘을 모으기로 했다. 자전거 길을 내 집 안마당 정원 가꾸듯 꽃을 피워, 우리나라에서 제일 멋진 길을 만들기로 했다. 양평 밖에서 찾아오는 비싼 자전거보다는 양평 안의 낡고 허름한 자전거가 신나게 달려갈 수 있는, 소박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길을 만들기로 했다. ‘꽃길 만들기’에서 얻어질, 꼭 얻어내야 할 ‘지역주민 스스로의 합의와 실행의 힘’을 더 넓게 이곳 양평에서 펼쳐나가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양평의 현재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듯 양평의 미래 역시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있어서이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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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참좋은님의 댓글
참좋은 작성일너무나 좋은 생각 입니다.
4계절 꽃피어있는 자전거길
너무아름 다울거 같아요.어차피 시작한거 무슨 꽃을 심을 지 좀 깊이있게 전문 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한해살이 보다 여러해살이 를 심어서 매년 수고하지 않게 세심하게 생각도 해주시고 누구든지 참여할수있는 분위기도 좋을거 같읍니다.
간만에님의 댓글
간만에 작성일간만에 좋은 소식일세
탈없이 성공적으로다 추진돼었으면 좋겠네요
화이링~
녹화님의 댓글
녹화 작성일남들이 그냥 지나칠일에 지주목을 세우니 지주목따라 필,결실이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