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죽음이 던진 질문 – 우리는 정희철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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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단월면을 이끌던 정희철 면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장례식장에서 들려온 군민들의 탄식은 단순한 애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압과 모멸, 그리고 제도의 폭력에 쓰러진 한 인간에 대한 시대적 통곡이었다.
정희철 면장은 부패한 권력자도, 거대한 비리의 축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이 맡은 일터에서 묵묵히 군민을 위해 일하던 한 명의 '공직자'였다. 그러나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무리한 수사 앞에서 그는 인간으로서의 존엄마저 짓밟혔다.
그가 남긴 유서 속 문장, "사실을 말해도 거짓이라 한다"는 말은 지금 이 사회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진선 군수는 영결사에서 "진실을 밝히는 이름 아래 행해졌던 그 행위가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 우리는 그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말은 단지 위로의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제도의 폭력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구조적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공직자의 자존심은 권력이 아니라 '양심'에서 비롯된다.
그 양심이 짓밟히는 순간, 행정의 정의는 무너진다. 양평은 지금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정희철 면장이 지키려 했던 '공직자의 명예'는 단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성실한 공직자들의 상징이었다.
그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그가 감당해야 했던 모멸과 압박은 왜 공권력의 이름으로 합리화되었는가.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진실을 규명하는 일보다 먼저 '사람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양평의 가을 하늘 아래, 정희철 면장은 이제 더 이상 억울함도, 두려움도 없는 곳으로 떠났다. 그러나 남은 우리는 그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가 마지막까지 붙들었던 '정직함'과 '책임감'을 우리의 행정과 사회가 되새겨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억압에 쓰러진 한 공직자에게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사죄이자 헌화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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