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학교를 위한 변명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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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8월 28일자 시민포럼 / 용문면 조현초등학교 이중현 교장)
해마다 읽게 되는 연구기관이나 정부의 통계를 보면 도농간 학력 격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선 오해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도농간의 학력 격차가 당연하다는 말부터 설명해야겠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특목고 학생들과 특성화고 학생들의 영어, 수학 시험을 비교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서 영어, 수학을 잘 하는 특목고 학생과 영어, 수학보다 도예, 조리, 컴퓨터 등에 더 관심이 있는 학생을 비교하여 특성화고 학생들은 학력이 낮다고 말하는 것이 교육 이론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국어, 수학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을 모아 놓은 학교와 잘 하는 학생들이 도시로 떠난 농산어촌 학교를 비교하여 도농간 학력 격차가 심하다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성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농산어촌의 학생들이 학력이 낮다는 말이나 그것을 증명하는 여러 데이터를 인정하기 싫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산골 마을이어서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지금 근무하는 곳이 농촌의 작은 학교라서 변명하기 위해 그런 건 더욱 아니다.
도농간의 점수에 의한 학력 격차는 당연하지만 비교 방식이 불공정하기 때문에 농산어촌이면 학력이 낮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학력을 바라보는 잣대의 문제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목표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텐데 왜 그것을 국, 영, 수 성적으로 재단하여 소수의 우수자와 다수의 낙오자를 만드는가.
학력은 지식이나 기능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같은 지적 능력과 호기심, 성취욕, 목표 의식, 도전의식 같은 정의적 능력을 포함하는 말인데 왜 그것을 점수로만 바라보는가.
학력을 바라보는 잣대가 국, 영, 수 점수가 아니라면 도농간의 학력 격차는 또 다른 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중심의 학교정보공개가 된다면 농산어촌의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열등의식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고, 사회적 갈등이 깊어만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농이 지속되는 사회구조가 학력격차를 가속화 시켰고, 학벌 중심의 사회가 여전히 폭넓게 사람이 살아가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학력을 폭 좁게 점수로 왜곡시키고 있다.
게다가 언론이나 각종 연구기관의 발표 자료는 결과적으로 농촌 교육은 문제가 있고,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도시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 부추기게 된다.
작년, 어느 신문을 보니까 농사를 짓고 있는 어떤 분은 아내와 아들은 도시로 보내고 자기 혼자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소위 ‘농산어촌형 기러기 아빠’다.
그 이유는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농촌이 자녀 교육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 반대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시골 생활이나 자녀교육에 만족하고 버티지만 학교가 폐교 되면서 도저히 먼 길을 다닐 수 없어 다시 서울로 되돌아 와야 하는 가족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력을 서울대, 연·고대 입학 성적으로 평가하거나 국, 영, 수 성적으로 재단하고, 이농이 계속되는 사회구조라면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학력을 폭넓게 한 사람이 살아가는 능력으로 보면서 누구나, 어디서나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꾸려갈 수 있도록 학력에 대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또 농촌 교육이 도시 교육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부족한 것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교육 당국의 정책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중현(양평 조현초등학교 교장·작가)
해마다 읽게 되는 연구기관이나 정부의 통계를 보면 도농간 학력 격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선 오해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도농간의 학력 격차가 당연하다는 말부터 설명해야겠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특목고 학생들과 특성화고 학생들의 영어, 수학 시험을 비교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서 영어, 수학을 잘 하는 특목고 학생과 영어, 수학보다 도예, 조리, 컴퓨터 등에 더 관심이 있는 학생을 비교하여 특성화고 학생들은 학력이 낮다고 말하는 것이 교육 이론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국어, 수학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을 모아 놓은 학교와 잘 하는 학생들이 도시로 떠난 농산어촌 학교를 비교하여 도농간 학력 격차가 심하다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성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농산어촌의 학생들이 학력이 낮다는 말이나 그것을 증명하는 여러 데이터를 인정하기 싫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산골 마을이어서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지금 근무하는 곳이 농촌의 작은 학교라서 변명하기 위해 그런 건 더욱 아니다.
도농간의 점수에 의한 학력 격차는 당연하지만 비교 방식이 불공정하기 때문에 농산어촌이면 학력이 낮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학력을 바라보는 잣대의 문제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목표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텐데 왜 그것을 국, 영, 수 성적으로 재단하여 소수의 우수자와 다수의 낙오자를 만드는가.
학력은 지식이나 기능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같은 지적 능력과 호기심, 성취욕, 목표 의식, 도전의식 같은 정의적 능력을 포함하는 말인데 왜 그것을 점수로만 바라보는가.
학력을 바라보는 잣대가 국, 영, 수 점수가 아니라면 도농간의 학력 격차는 또 다른 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중심의 학교정보공개가 된다면 농산어촌의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열등의식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고, 사회적 갈등이 깊어만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농이 지속되는 사회구조가 학력격차를 가속화 시켰고, 학벌 중심의 사회가 여전히 폭넓게 사람이 살아가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학력을 폭 좁게 점수로 왜곡시키고 있다.
게다가 언론이나 각종 연구기관의 발표 자료는 결과적으로 농촌 교육은 문제가 있고,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도시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 부추기게 된다.
작년, 어느 신문을 보니까 농사를 짓고 있는 어떤 분은 아내와 아들은 도시로 보내고 자기 혼자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소위 ‘농산어촌형 기러기 아빠’다.
그 이유는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농촌이 자녀 교육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 반대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시골 생활이나 자녀교육에 만족하고 버티지만 학교가 폐교 되면서 도저히 먼 길을 다닐 수 없어 다시 서울로 되돌아 와야 하는 가족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력을 서울대, 연·고대 입학 성적으로 평가하거나 국, 영, 수 성적으로 재단하고, 이농이 계속되는 사회구조라면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학력을 폭넓게 한 사람이 살아가는 능력으로 보면서 누구나, 어디서나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꾸려갈 수 있도록 학력에 대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또 농촌 교육이 도시 교육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부족한 것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교육 당국의 정책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중현(양평 조현초등학교 교장·작가)
YPN뉴스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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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명환님의 댓글
김명환 작성일제목이 이상합니다. "변명"이 아니라 "주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