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소방안전관리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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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기술사/관리사 김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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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화재와 부산 우신 골드 화재, 세월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등 우리 가슴을 저렸던 큼직한 사고들.
지난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 한 코너에 보면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왔다. 그냥 웃고 지나가버리지만 “정말 안전이 또 무너지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또한 그것이 소방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나 때문에 벌어진다면 정말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내게도 안전불감증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때 그 일을 그렇게 한 것이 괜찮았던 건가?’, ‘그것 때문에 혹시 불이라도 나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최소한 나 때문에 이 사회에 해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다져 봤다.
또한 나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너무 잘 알기에 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학원 강의나 중앙소방학교, 방재시험연구원 등에서 소방안전관리자 및 관계인에게 강의를 할 때 마다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소방계획서를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소방업무 담당하는 직원에 보여주기로 만들어 놓는 건 아닌가요?, 또 소방안전관리자만의 소방계획서가 아닌가요?, 소화 및 대피 훈련은 형식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이 같은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는 분은 불행하게도 제 앞에 아직 없었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왜 이걸 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사회적 분위기 공감 및 형성이 아직도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앞선다.
이런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며, 그 진심 어린 마음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요즘 촛불집회가 예전보다 평화롭게 진행이 되는 것은 집회에 참여한 분들이 집회의 목적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며칠 전 일본에서 7.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거의 없다는 그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 이 역시 일본은 지진의 피해에 대한 상처를 알기에 즉 지진에 대해 모두 공감하기에 지진에 대한 대피 등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 가능했으리라 생각이다.
소방계획서 작성 및 소방대피훈련 등 안전에 관한 것이 편리에 의해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것도 아쉽다.
얼마 전 울산으로 가는 버스 한 대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좀 불편하니 비상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완화시켰던 것이 사람의 목숨과 바꿀 줄 몰랐을 것이다.
화재라고 예외는 아니다.
잦은 화재에 의해 상처를 입어 공감하기엔 우리의 생명이 너무 소중하지만 편리에 의해 안전을 뒷전으로 하기엔 이웃들이 너무 그립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먼저 앞장서 움직이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사람은 없고, 소방시설에 대해 간과할 경우 그것은 다른 사람의 생명과 맞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 안전이 무너지는 것은 “그 정도는 괜찮아~ 대충해” 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예견돼 언젠간 벌어질지 모른다. 그 피해의 대상이 자녀가 될 수도 손자나 손녀가 될 수 있는 차이일 뿐이다.
이 사회를 물려받을 자녀분들의 안전을 지키고 노후에 안전하게 살아가길 원한다면 우리가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안전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키워주시고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다.
앞으로는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라는 개그 소재가 생기지 않길 바라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다 같이 고민할 숙제를 던져 보게 된다.
YPN뉴스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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