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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같잖은 칡, 나는 점잖은 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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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7-08-11 15:21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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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안 팔려 죽겠다는 푸념은 자주 듣는데, 새집들은 오랜만에 지나는 양평의 외진 곳까지 깜짝 놀랄 만큼 속속 들어서고 있다. 7년 사이 인구가 2만이나 늘었으니 당연한 일이겠고, 이사 오는 사람들이 ‘당신 땅’만 안 사는 이유는 애석하게도 알 재간이 없다.

일단 인구가 느는 건 반가운 일이다. 지역경제가 기본이라도 하려면 최소 인구 15만은 돼야 한다는 얘긴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뿐인가, 교통, 교육, 문화, 복지 등등 사회인프라도 인구 15만은 돼야 체계가 잡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양평 바깥에서 이사 오면 격하게 환영해주는 게 옳을 터이지만, 그게 또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대목에서 넌센스 퀴즈 하나. 새 가운데에서 제일 무서운 새는? 일단 독수리 같은 맹금류는 빼고 생각해보시길.

이미 눈치챘듯이 정답은 텃새다. 텃세를 빗댄 웃음엣소리인데, 당하는 입장에선 그냥 웃어넘기기가 살짝 껄쩍지근하다. 텃세를 부리는 입장에선 텃세 자체를 부정하며, 관례며 규범에 따르는 일이라 강변할 테고.

텃세는 양평만의 일이 아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는 일종의 격언은 텃세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 인류공통의 현상임을 웅변하고 있다. 다만, 어느 곳이든 ‘로마법’이 어지간하면 새로 온 사람은 적응하기 수월하고 먼저 터 잡은 사람은 구태여 강권할 이유도 없겠지만, 어느 곳이든 ‘로마법’이 이치에 맞지 않고 횡포에 가깝다면 이건 쌍방이 머리띠 싸매고 맞서기 딱 좋다는 게 문제로 남는다.

‘로마법’을 사이에 둔 쌍방의 시선차이는 곧 갈등의 씨앗이다. ‘로마법’을 지켜온 입장에선 매우 타당하게 보일 것이고, 따라야 할 입장에선 모순덩어리로 보이기 십상이다. 게다가, ‘로마법’ 따위는 난 모르겠고 나 살던 ‘동네법’을 당신들이 따라라 우격다짐하는 배짱 두둑한 이주민도 더러 있어,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은 오늘도 목하 진행 중이다.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 조금 확대해석하면 지역발전의 근간이 숨어 있다. 이웃 간에 아웅다웅해서야 무슨 사는 재미가 있을 것이며, 미운 털이 박혀서야 어떤 일이든 순탄하겠는가. 사는 게 재미없고, 일이 매양 꼬이기만 해서야 어찌 지역발전을 꿈꾸겠는가. 서로 갈등이 풀려야 서로 이익 되는 일도 궁리해봄직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이유로, 최근 양평군민포럼이 양평군에 제출한 ‘이주민과 원주민간의 갈등에 관한 실태조사 및 정책제안’은 가치가 크다.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은 비단 양평뿐 아니라 전국 어디나 해당되지만, 지역사회단체가 팔 걷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며칠 전 MBC-TV에서 시시콜콜 취재해 갔다고 한다. 

실태조사결과는 대략 짐작과 비슷하지만 의외로운 것도 몇 있다. 특히 교통망 확충보다 자연환경을 이주의 결정요인으로 삼은 경우가 4배나 많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갈등해결의 중재자로 관청을 택하는 경우가 15% 미만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안서에는 여러 해소방안이 제시돼 있다. 쌍방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정,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상시기구, 쌍방이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다. 일거에 갈등을 해소시키려는 만용보다는 차근차근 풀어가고자 하는 정성이 엿보인다.

갈등(葛藤)의 본디 뜻은 ‘칡과 등나무’이며, 칡이 등나무를 휘감아 타고 오르듯 사안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화합에 이르지 못하는 상태를 비유하는 단어라고 한다. 갈등의 당사자들은 누구나 자신이 등나무라 여기지 않을는지. 나는 가만히 점잖게 있는데 같잖은 칡이 슬금슬금 기어오른다 여기지 않을는지.

해서, 갈등해소의 첫걸음은 내가 칡일 수도 있다 하는 자각이 아닐는지.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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