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PN칼럼)코로나19, 총선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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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무엇인가. 국민을 살피고 걱정하고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무엇인가. 국민이 살피고 걱정하고 도와줘도 헛발질만 해대는 공분의 대상일 뿐이다. 공분의 대상이니 갈수록 애정도 관심도 식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번 총선은 코로나19에 잡혀 먹혔다. 한쪽은 망국의 방역이다 삿대질하는 데에 한쪽은 세계의 교과서다운 방역이라 자화자찬하는 데에 분주하다. 한쪽은 특단의 경제살리기라며 전국민 현금지급을 주장하다 실현에 이르렀고, 한쪽은 정치적 도박이라고 아우성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 소리인지는 우리끼리 떠들어봐야 아무 쓸모없다. 그래서 투표할 후보가 마땅치 않고 투표할 시간에 낮잠이나 자는 게 유익하다 확신하면서도 꼭 투표를 해왔던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방침의 핵심은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현실은 ‘정치적 거리두기’로 나타나고 있다. 후보자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기존선거법은 요지부동인데다, 유세도 안 돼, 악수도 안 돼, 집회도 안 돼, 방문도 안 돼는 시국이니 당연한 현상이다. 거물들의 박빙승부처 정도에만 겨우 눈길이 갈 뿐, 정작 제 동네 후보들은 눈길 밖이다. 애당초 후보 자체에는 시선을 두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정당 이름만 보고 찍겠다는 유아적 정치의식만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갈 뿐.
하나마나 한 소리이긴 하지만, 투표는 이 땅에 세금 내며 사는 우리 자신의 가장 큰 권리이다. 역시 하나마나 한 소리이지만, 가장 큰 권리를 포기하는 건 가장 큰 손실이다. 가장 큰 권리를 가장 현명하게 행사하는 것, 아무리 세상이 개판이라도 변질되지 않는 진리이다. 세상이, 정치판이, 지역사회가 엉망이면 엉망일수록 더욱 더 실천에 옮겨야 할 진리이다.
이제 보름 남짓이다. 이제라도 우리 지역 후보들을 살펴보자.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 덜 재수 없는 후보라도 정하자. 이번에도 속아보자는 심정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자. 어차피 한두 번 속아본 것도 아니잖은가. 누가 뽑힐까 두근두근했던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2020년 봄날이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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