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북성에서 양평 청소년의 미래를 개척하다 -한동열 양평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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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북성에서 양평 청소년의 미래를 개척하다 -한동열 양평고등학교 교장-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경제규모 세계 2위, 교역규모 세계 2위, 외국인 직접투자(FDI) 세계 2위, 외환보유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1978년 대비 평균소득이 약 56배 상승했으며, 평균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0%에 이르는 경이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기회이자 위협이다. 세계핸드폰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를 가장 압박하는 기업은 중국의 ‘샤오미’이며, 우리나라 외국인 관광객 1위는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체제에도 중국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제대로 아는 힘,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국제경쟁력의 핵심이며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인 시대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8일, 양평고등학교가 중국 하북사범학교와 MOU를 맺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학교장의 추천만 있으면 졸업생을 바로 입학시킨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양평이 성큼 중국에 다가선 듯싶어, 서둘러 한동열 양평고등학교 교장을 만났다. 교내식당 확장을 위해 축소이동한 교장실은 난방이 시원치 않아 늦가을 저녁처럼 서늘했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학교현황부터 간단히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올해 개교 61년을 맞았습니다. 그 동안, 양평농고, 양평종고를 거쳐 현재의 양평고등학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름답게 양평의 중심학교가 되려고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630명이 재학하고 있고요. 교육부지정 기숙형공립고등학교여서 외지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지역사회를 고려해 약 10% 정도만 양평 밖에서 온 학생들을받고 있습니다. </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중국대학과 자매결연 체결 소식에 많은 분들이 반가워하시고 또 자세한 내용을 궁금해 하십니다. 하북사범대학은 어떤 대학인가요?</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하북성은 경기도와 흡사한 점이 많습니다. 경기도가 서울을 안고 있듯이 하북성도 베이징을 품은 지역입니다. 인구가 7천 5백만인데 국립대학교 119개, 사립대학까지 하면 약 500여개쯤 된다고 해요. 이번에 우리학교와 MOU를 체결한 하북사범학교는 중국정부 공인 1등급대학입니다. 중국은 정부에서 대학교를 완전히 서열화해뒀습니다.
또 사범대학이라는 의미가 우리와는 많이 달라요. 교사를 양성하는 국한된 의미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표상이 되는 학교, 국민의 모범이 되는 학생을 배출하는 학교라는 의미로 명명된 것이죠. 국가지원도 매우 전폭적이라 구미처럼 캠퍼스타운화되어 있습니다.
학생 3만 5천명에 유학생이 4천명 정도가 재학하고 역사가 110년이 넘은 학교이지만 곳곳에 분산된 학교시설을 집결한 지 오래되지 않아 매우 현대적입니다. 기숙사만 해도 우리나라 카이스트나 포항공대보다 훨씬 우수하더군요. 아무래도 우리학교 학생이 머물 공간이라 기숙사부터 꼼꼼히 살피게 되더군요. 또 기숙사야말로 학교가 학생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하게 나타나는 공간이 아니겠습니까? </b>
중국에는 ‘광군제(光棍節)’라는 독특한 연례행사가 있다. ‘광군’은 중국어로 홀아비나 독신녀, 또는 애인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데, ‘1’자의 모습이 외롭게 서 있는 사람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매년 11월 11일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날은 젊은 층의 소개팅과 파티, 선물교환 등이 홍수를 이루는데, 올해 광군제를 통해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만 571억위안(약 10조2천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단일 인터넷쇼핑몰 판매량도 엄청난 규모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동시접속 인원 수천만 명을 아무 문제없이 수용할 수 있었던 중국의 인터넷트래픽 관리 수준이다. 중국이 싸구려 물건으로 세계를 장악하던 시대를 졸업하고 바야흐로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급으로 치닫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내 대학보다 훌륭한 기숙사를 갖추고 있음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소리다. 놀랄 일은 대학교 기숙사 건립에 결사반대를 외치는 국내 몇몇 대학 인근 하숙운영업자들의 집단행동이다. 정부 예산의 축소로 학교 기숙사 운영비 삭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교육청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아무런 연고 없이 국내고등학교와 외국대학교 간의 MOU체결이 쉽지 않았을 텐데, 무슨 특별한 배경이 있었는지요?</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학교간의 MOU도 일반MOU와 비슷한 개념이죠. 서로 주고받는 기브앤테이크 방식이 기본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국 변방의 고등학교에서 중국명문대학에 줄 수 있는 건 없죠. 일방적인 수혜자 입장이지만, 이번 MOU체결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획득해낸 훌륭한 성과입니다. 시작은 원어민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만.
올해 처음 우리학교 학생 셋이 하북사범대학에 유학을 갔는데 평판이 매우 좋습니다. 인성이나 학습태도나 성적이나 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거죠. 다음 학기에 3명 모두 전액장학생으로 선발이 된 정도니까요. 그게 물꼬가 된 것입니다. 처음에 타진할 때는 밑져야 본전 심정이었는데, 예상 외로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라면 얼마든지 받아주겠다는 자세였죠. 그 3명의 우리학교 졸업생 덕분에 양평고등학교가 거기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명문고등학교 대접을 받습니다. </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중국의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려는 교장선생님의 의도나 목적도 궁금합니다만.</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부임 전 14년 동안 재직했던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등학교는 졸업생 120명 가운데 70여명이 서울대, 나머지 대부분이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에 진학하는 수준입니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입시체제 속에서 우리학교가 단기간에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무리가 크죠. 그래서 눈을 외국으로 돌렸습니다. 특히 중국은 유학지로는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가분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있는데 국내에 중국통은 많이 부족한 상태이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학교 유학생들이 장차 우리나라의 중요한 인재가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앞으로 매년 학생들을 보내게 되실 텐데, 몇 명이나 혜택을 받게 되는지요?</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올해는 6명 정도, 단계적으로 늘려 매년 20명 정도를 목표하고 있습니다.</b>
외국명문대학에서 한국 유학생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자주 듣는 소식인지라 유학생 누가 하버드대학 수석졸업했다더라 하는 뉴스를 봐도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런데, 양평출신 청소년이 중국 명문대 전액장학금 수여자라는 소식에는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양평사람의 소감일 터이다.
이러한 편향이 애향심의 발로일 수도, ‘밴댕이 속아지’의 일종일 수도 있다. 많은 양평사람과 더불어 축원하건대, 부디 양평고등학교 출신 유학생들도 ‘밴댕이 속아지’와도 같은 애향심을 간직한 채 대한민국의 재목으로 성장하거라. 비록 양평의 어른들은 좁은 바닥에서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지만, 너희들만큼은 넓은 세상에서 밝은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거라.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양평의 첫 공모 교장으로 작년 3월 1일에 취임하셨으니 지역사회의 기대가 큽니다. 학교운영지침이랄까 교육철학이랄까, 양평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서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가 제 목표입니다. 당장 편하고 즐거운 것보다는 앞날에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학교가 진정으로 행복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의 축도 학력의 축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제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스스로 변신을 꾀하고,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동기부여입니다. 우리학교에는 교사들로 구성된 발전전략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팀구성을 시도할 때는 참여도가 낮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20여명의 교사들이 3박4일 동안 한화콘도에서 합숙하면서 그야말로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우리학교의 미래전략을 도출해냈습니다. 양평고등학교 학교운영의 기본틀은 교장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교사 공동의 지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네 가지 학력신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희망하는 학생에게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학력만이 학교교육의 목표도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참여와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없다는 소신에서죠. </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물론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학부형 입장에서는 학력신장 프로그램에 유독 관심이 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네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 인재 프로그램’은 서울대학 재학생의 교육기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교에 재학하는 학생 중에 희망하는 학생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1대1 멘토링 형식입니다. 서울대생들은 전부 제 제자인데다, 일 년에 32번의 토요일 일요일을 우리학교에서 봉사하고 있는데 겨우 차비 정도만 지급하고 있어서 늘 미안한 심정입니다.
‘또래 학습동아리’도 의미가 각별합니다. 이 동아리는 5명 단위로 구성되는데, 학습과정에서 이해가 안된 부분이나 해결이 안되는 내용을 주 1회 모임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형식입니다. 서로의 장점을 나누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개념이죠. 생각보다 학습의욕 고취와 학력신장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맞춤형 눈높이 교육’은 10명 이하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작성한 학습계획서를 제출하고 지도교사가 계획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제입니다. 저마다 학습수준에 차이가 있고 참고서도 다르기 때문에 담당지도교사가 무척 힘이 드는 프로그램이죠.
다가오는 새해에는 소위 스카이 대학을 염두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솔직히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피할 수가 없네요. 학부형 그리고 지역사회가 기대하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목표로 ‘아카데미 어드바이저’를 학년별 25명 규모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교사 1인이 학생 5인을 관리하는 방식이죠. </b>
국제경쟁력 세계 5위 독일은 구구단을 미리 가르치지 않는다.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 계산하든, 공책에 동그라미를 수 없이 그려서 답을 구하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스로 숫자개념을 일깨우게 한다. 알파벳 습득과정과 더하기 뺄셈 과정에만 1년을 소요한다. 서너 살 애들한테 영어 못 가르쳐 안달하는 우리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으름이다.
독일 어린이 누구나 필히 따내야 하는 첫 번째 자격증은 자전거운행자격증이다. 그 다음필수과정이 인명구조자격증이다. 나를 보호하고 남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학습능력보다 훨씬 우위에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 우리나라 교육에선 찬밥이다. ‘나’는 공부 잘하기 위한 도구로써 혹사의 대상이며, ‘남’은 내가 이겨야 할 경쟁의 대상일 뿐이다. 서울대학교는 어찌 보면 나를 혹사하고 남을 이겨 쟁취한 전리품과도 같다. 필자가 서울대 못 나와서 하는 소리만은 결코 아니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지역사회와의 관계성도 학교운영에 중요한 부분이겠습니다. 양평의 특수성을 늘 염두에 두고 계시겠죠?</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구조적으로 양평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떠나야 하는 지역입니다. 대학도 없고, 생산시설도 드무니 다른 도리가 없죠. 그래서 전문계반 2개 학급, 즉 바이오식품과와 식품과학조리과를 대상으로 양평에 뿌리를 내리는 시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역시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일종의 창업 인큐베이입니다. 우선, 학생들 스스로 양평 5대 먹거리를 창출해내는 겁니다. 3명이 한 팀이 돼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고, 서로 경쟁해서 양평 5대 먹거리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경쟁력 높은 요리를 개발해서 학생들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학교예산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고민 고민하다가 군수님을 찾아뵀죠. 적극 동의하시더군요. 젊은 층의 일자리창출에서부터 5대 먹거리를 통한 관광객유입 효과까지 이견이 없었습니다. 양평시장에 3층 규모의 청소년 문화센터를 건립하는데, 그곳 2층에 식당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메뉴는 기존식당에 없는 요리로만 짤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기존상권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이왕이면 기존상권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우선했습니다. 어느 정도 영업경험을 쌓은 학생들은 고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양평에서 창업을 통해 먹거리를 창출하고 5대 먹거리가 완성되면 이 곳을 영업장, 실습장으로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현장경험을 쌓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경쟁력 있는 요리를 개발하여 프랜차이즈 형태로 100호점까지 내는 게 양평고등학교의 목표입니다. </b>
월 6만6천원인 변호사회 회비를 못내는 변호사들이 늘고있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1개월 이상 회비를 미납한 경기도 권역 변호사가 전체 686명 중에 74명에 이른다. 선망의 직종보다 어떤 직종에서든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직업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청년실업자 거의 모두가 고학력 미취업자임에도, 대학간판 따는 일이 고교과정의 전부인 지금의 교육정책은 필히 혁신돼야 한다. 이리 뜯어고치고 저리 뜯어고쳐야 할 것은 대학입시제도가 아니라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진입하는 이 땅의 젊은 이들이 저마다의 자질과 적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대책마련이다. 4년동안 대학에 적만 두고 허송세월하는 대학생이 얼마나 많은가. 그 아까운 시간과 등록금으로 일찌감치 각자의 생업을 갈고닦는 게 훨씬 유익하지 않겠는가.
마지막 질문으로 본인의 인생철학을 물었을 때, 한교장은 ‘물처럼 살고 싶다’고 답했다. 물은 색깔도 없고, 맛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만물의 근원이어서라고 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물의 에너지와 에둘러 가더라도 결코 장애물에 막히지 않고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본성을 우러러 본다고도 했다.
뛰면 걷고 싶고, 걸으면 서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교육은 인간의 본성을 이겨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좀 더 ‘물’을 닮아가야 하지 않을는지.
중국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기회이자 위협이다. 세계핸드폰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를 가장 압박하는 기업은 중국의 ‘샤오미’이며, 우리나라 외국인 관광객 1위는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체제에도 중국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제대로 아는 힘,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국제경쟁력의 핵심이며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인 시대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8일, 양평고등학교가 중국 하북사범학교와 MOU를 맺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학교장의 추천만 있으면 졸업생을 바로 입학시킨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양평이 성큼 중국에 다가선 듯싶어, 서둘러 한동열 양평고등학교 교장을 만났다. 교내식당 확장을 위해 축소이동한 교장실은 난방이 시원치 않아 늦가을 저녁처럼 서늘했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학교현황부터 간단히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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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올해 개교 61년을 맞았습니다. 그 동안, 양평농고, 양평종고를 거쳐 현재의 양평고등학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름답게 양평의 중심학교가 되려고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630명이 재학하고 있고요. 교육부지정 기숙형공립고등학교여서 외지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지역사회를 고려해 약 10% 정도만 양평 밖에서 온 학생들을받고 있습니다. </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중국대학과 자매결연 체결 소식에 많은 분들이 반가워하시고 또 자세한 내용을 궁금해 하십니다. 하북사범대학은 어떤 대학인가요?</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하북성은 경기도와 흡사한 점이 많습니다. 경기도가 서울을 안고 있듯이 하북성도 베이징을 품은 지역입니다. 인구가 7천 5백만인데 국립대학교 119개, 사립대학까지 하면 약 500여개쯤 된다고 해요. 이번에 우리학교와 MOU를 체결한 하북사범학교는 중국정부 공인 1등급대학입니다. 중국은 정부에서 대학교를 완전히 서열화해뒀습니다.
또 사범대학이라는 의미가 우리와는 많이 달라요. 교사를 양성하는 국한된 의미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표상이 되는 학교, 국민의 모범이 되는 학생을 배출하는 학교라는 의미로 명명된 것이죠. 국가지원도 매우 전폭적이라 구미처럼 캠퍼스타운화되어 있습니다.
학생 3만 5천명에 유학생이 4천명 정도가 재학하고 역사가 110년이 넘은 학교이지만 곳곳에 분산된 학교시설을 집결한 지 오래되지 않아 매우 현대적입니다. 기숙사만 해도 우리나라 카이스트나 포항공대보다 훨씬 우수하더군요. 아무래도 우리학교 학생이 머물 공간이라 기숙사부터 꼼꼼히 살피게 되더군요. 또 기숙사야말로 학교가 학생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하게 나타나는 공간이 아니겠습니까? </b>
중국에는 ‘광군제(光棍節)’라는 독특한 연례행사가 있다. ‘광군’은 중국어로 홀아비나 독신녀, 또는 애인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데, ‘1’자의 모습이 외롭게 서 있는 사람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매년 11월 11일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날은 젊은 층의 소개팅과 파티, 선물교환 등이 홍수를 이루는데, 올해 광군제를 통해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만 571억위안(약 10조2천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단일 인터넷쇼핑몰 판매량도 엄청난 규모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동시접속 인원 수천만 명을 아무 문제없이 수용할 수 있었던 중국의 인터넷트래픽 관리 수준이다. 중국이 싸구려 물건으로 세계를 장악하던 시대를 졸업하고 바야흐로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급으로 치닫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내 대학보다 훌륭한 기숙사를 갖추고 있음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소리다. 놀랄 일은 대학교 기숙사 건립에 결사반대를 외치는 국내 몇몇 대학 인근 하숙운영업자들의 집단행동이다. 정부 예산의 축소로 학교 기숙사 운영비 삭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교육청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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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아무런 연고 없이 국내고등학교와 외국대학교 간의 MOU체결이 쉽지 않았을 텐데, 무슨 특별한 배경이 있었는지요?</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학교간의 MOU도 일반MOU와 비슷한 개념이죠. 서로 주고받는 기브앤테이크 방식이 기본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국 변방의 고등학교에서 중국명문대학에 줄 수 있는 건 없죠. 일방적인 수혜자 입장이지만, 이번 MOU체결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획득해낸 훌륭한 성과입니다. 시작은 원어민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만.
올해 처음 우리학교 학생 셋이 하북사범대학에 유학을 갔는데 평판이 매우 좋습니다. 인성이나 학습태도나 성적이나 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거죠. 다음 학기에 3명 모두 전액장학생으로 선발이 된 정도니까요. 그게 물꼬가 된 것입니다. 처음에 타진할 때는 밑져야 본전 심정이었는데, 예상 외로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라면 얼마든지 받아주겠다는 자세였죠. 그 3명의 우리학교 졸업생 덕분에 양평고등학교가 거기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명문고등학교 대접을 받습니다. </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중국의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려는 교장선생님의 의도나 목적도 궁금합니다만.</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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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앞으로 매년 학생들을 보내게 되실 텐데, 몇 명이나 혜택을 받게 되는지요?</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올해는 6명 정도, 단계적으로 늘려 매년 20명 정도를 목표하고 있습니다.</b>
외국명문대학에서 한국 유학생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자주 듣는 소식인지라 유학생 누가 하버드대학 수석졸업했다더라 하는 뉴스를 봐도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런데, 양평출신 청소년이 중국 명문대 전액장학금 수여자라는 소식에는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양평사람의 소감일 터이다.
이러한 편향이 애향심의 발로일 수도, ‘밴댕이 속아지’의 일종일 수도 있다. 많은 양평사람과 더불어 축원하건대, 부디 양평고등학교 출신 유학생들도 ‘밴댕이 속아지’와도 같은 애향심을 간직한 채 대한민국의 재목으로 성장하거라. 비록 양평의 어른들은 좁은 바닥에서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지만, 너희들만큼은 넓은 세상에서 밝은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거라.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양평의 첫 공모 교장으로 작년 3월 1일에 취임하셨으니 지역사회의 기대가 큽니다. 학교운영지침이랄까 교육철학이랄까, 양평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서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b>
<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가 제 목표입니다. 당장 편하고 즐거운 것보다는 앞날에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학교가 진정으로 행복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의 축도 학력의 축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제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스스로 변신을 꾀하고,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동기부여입니다. 우리학교에는 교사들로 구성된 발전전략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팀구성을 시도할 때는 참여도가 낮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20여명의 교사들이 3박4일 동안 한화콘도에서 합숙하면서 그야말로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우리학교의 미래전략을 도출해냈습니다. 양평고등학교 학교운영의 기본틀은 교장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교사 공동의 지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네 가지 학력신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희망하는 학생에게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학력만이 학교교육의 목표도 아니거니와 스스로의 참여와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없다는 소신에서죠. </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물론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학부형 입장에서는 학력신장 프로그램에 유독 관심이 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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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green>한동열 :</font> 네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 인재 프로그램’은 서울대학 재학생의 교육기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교에 재학하는 학생 중에 희망하는 학생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1대1 멘토링 형식입니다. 서울대생들은 전부 제 제자인데다, 일 년에 32번의 토요일 일요일을 우리학교에서 봉사하고 있는데 겨우 차비 정도만 지급하고 있어서 늘 미안한 심정입니다.
‘또래 학습동아리’도 의미가 각별합니다. 이 동아리는 5명 단위로 구성되는데, 학습과정에서 이해가 안된 부분이나 해결이 안되는 내용을 주 1회 모임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형식입니다. 서로의 장점을 나누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개념이죠. 생각보다 학습의욕 고취와 학력신장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맞춤형 눈높이 교육’은 10명 이하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작성한 학습계획서를 제출하고 지도교사가 계획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제입니다. 저마다 학습수준에 차이가 있고 참고서도 다르기 때문에 담당지도교사가 무척 힘이 드는 프로그램이죠.
다가오는 새해에는 소위 스카이 대학을 염두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솔직히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피할 수가 없네요. 학부형 그리고 지역사회가 기대하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목표로 ‘아카데미 어드바이저’를 학년별 25명 규모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교사 1인이 학생 5인을 관리하는 방식이죠. </b>
국제경쟁력 세계 5위 독일은 구구단을 미리 가르치지 않는다.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 계산하든, 공책에 동그라미를 수 없이 그려서 답을 구하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스로 숫자개념을 일깨우게 한다. 알파벳 습득과정과 더하기 뺄셈 과정에만 1년을 소요한다. 서너 살 애들한테 영어 못 가르쳐 안달하는 우리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으름이다.
독일 어린이 누구나 필히 따내야 하는 첫 번째 자격증은 자전거운행자격증이다. 그 다음필수과정이 인명구조자격증이다. 나를 보호하고 남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학습능력보다 훨씬 우위에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 우리나라 교육에선 찬밥이다. ‘나’는 공부 잘하기 위한 도구로써 혹사의 대상이며, ‘남’은 내가 이겨야 할 경쟁의 대상일 뿐이다. 서울대학교는 어찌 보면 나를 혹사하고 남을 이겨 쟁취한 전리품과도 같다. 필자가 서울대 못 나와서 하는 소리만은 결코 아니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지역사회와의 관계성도 학교운영에 중요한 부분이겠습니다. 양평의 특수성을 늘 염두에 두고 계시겠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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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일종의 창업 인큐베이입니다. 우선, 학생들 스스로 양평 5대 먹거리를 창출해내는 겁니다. 3명이 한 팀이 돼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고, 서로 경쟁해서 양평 5대 먹거리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경쟁력 높은 요리를 개발해서 학생들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학교예산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고민 고민하다가 군수님을 찾아뵀죠. 적극 동의하시더군요. 젊은 층의 일자리창출에서부터 5대 먹거리를 통한 관광객유입 효과까지 이견이 없었습니다. 양평시장에 3층 규모의 청소년 문화센터를 건립하는데, 그곳 2층에 식당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메뉴는 기존식당에 없는 요리로만 짤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기존상권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이왕이면 기존상권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우선했습니다. 어느 정도 영업경험을 쌓은 학생들은 고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양평에서 창업을 통해 먹거리를 창출하고 5대 먹거리가 완성되면 이 곳을 영업장, 실습장으로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현장경험을 쌓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경쟁력 있는 요리를 개발하여 프랜차이즈 형태로 100호점까지 내는 게 양평고등학교의 목표입니다. </b>
월 6만6천원인 변호사회 회비를 못내는 변호사들이 늘고있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1개월 이상 회비를 미납한 경기도 권역 변호사가 전체 686명 중에 74명에 이른다. 선망의 직종보다 어떤 직종에서든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직업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청년실업자 거의 모두가 고학력 미취업자임에도, 대학간판 따는 일이 고교과정의 전부인 지금의 교육정책은 필히 혁신돼야 한다. 이리 뜯어고치고 저리 뜯어고쳐야 할 것은 대학입시제도가 아니라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진입하는 이 땅의 젊은 이들이 저마다의 자질과 적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대책마련이다. 4년동안 대학에 적만 두고 허송세월하는 대학생이 얼마나 많은가. 그 아까운 시간과 등록금으로 일찌감치 각자의 생업을 갈고닦는 게 훨씬 유익하지 않겠는가.
마지막 질문으로 본인의 인생철학을 물었을 때, 한교장은 ‘물처럼 살고 싶다’고 답했다. 물은 색깔도 없고, 맛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만물의 근원이어서라고 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물의 에너지와 에둘러 가더라도 결코 장애물에 막히지 않고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본성을 우러러 본다고도 했다.
뛰면 걷고 싶고, 걸으면 서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교육은 인간의 본성을 이겨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좀 더 ‘물’을 닮아가야 하지 않을는지.
YPN뉴스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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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군민님의 댓글
군민 작성일훌륭한 선생님을 모셨군요!
제게 있어서 훌륭이란 단어는 최대의 찬사입니다
양평은 아직 우물안의 개구리같은 인상입니다
큰물에서 경험하신 훌륭한 선생님을 모셔와야 합니다
참! 신선합니다
양평출신 모교출신 고집하지 맙시다
고향 후배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 주인공이
될날도 멀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양평고 외의 타 학교 이사장님들이 꼭 보셨으면
하는 기사입니다
박종덕님의 댓글
박종덕 작성일양평촌놈이 중국대륙에서 장학생으로
세계최대의 시장 중국을 배우는 유학생
자부심이 큽니다
이참에 양평에 중국의 허베이 사범대 분교를 세웁시다
영어마을 중국어 마을로 바꿉시다
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파주.안산. 영어마을처럼 페허가 돠기전에
양평이 한발 앞서 다가섭시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희망을 보면서. 왕해선 원어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박애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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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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