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PN인터뷰>양평이 무슨 전쟁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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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이 무슨 전쟁터입니까? 덕평리 주민 이상복, 용문산사격장 폐쇄 범대위 위원장 이태영
며칠 전, 덕평리 밭에 조명탄 추진체가 20cm 깊이로 박혔다. 그 쇳덩어리가 누군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면,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괜한 상상이 아니다. 추락장소와 인가가 지척인 때문이다.
양평 한 복판, 하루건너 전쟁터가 된다. 둔중한 폭발음이 양평을 두들겨 패다가, 섬뜩한 연발화기의 발사음이 양평을 관통한다. 대한민국에 이런 데가 또 있을까. 영화 ‘파이란’에서 최민식이 읊었던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대한민국 호구다. 대한민국 대표 호구...’. ‘나’ 대신 양평을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용문산종합사격장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다. 1982년 11월 30일, 양평군으로부터 무상대부로 점용한 이후 1997년 10월 16일까지는 합법적 군사시설이었지만, 3차 무상대부 연장 요청을 양평군이 거절한 다음날부터는 엄연히 불법적 군사시설이다. 임대기간이 종료된 지 20년이 다 돼가도록 꿈쩍도 않는 불법 군사시설은 점령군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국방부가, 대한민국 정부가 양평을 점령이라도 했단 말인가!
2016년 5월 13일, 자유총연맹 사무실에서 ‘용문산사격장 폐쇄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이태영 위원장과 사격장 인근 덕평리 주민 이상복 님을 만났다. 일교차가 심한 2016년 5월 날씨가 양평의 민심을 닮아 보인다. 분노는 뜨겁고 관심은 서늘한 게, 요즈음 낮밤의 기온과도 흡사하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거기서 사시기가 좀 어떠세요?</b>
<b><font color=green>이상복 :</font> 그런 질문은 약 올리는 소리로밖에는 안 들려요. 내가 2006년도 전재산 털어서 이리로 이사 왔는데 이런 덴 줄 알았으면 미쳤다고 왔겠어요? 평생 살 집이니까 기소 단단히 하고 좋은 창호 쓰고, 내 딴에는 정성을 다해 지은 집이에요.
지금 아주 개판입니다, 개판. 금 안 간 데가 없고, 멀쩡한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나가고, 소음? 아이고, 말도 못해요. 비행장 그까짓 거는 비교도 안돼요. 거기는 보상이라도 받지, 이건 뭐 땡전 한 푼,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미세먼지가 건강을 해쳐서 큰 국가문제라구요? 우리들한텐 진짜 웃기는 소립니다. 탱크 한 번 지나가면 먼지가, 먼지가 세상에 그런 먼지구덩이가 없어요.
20사단이고 양평군이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에요. 이런 데에다 건축허가 내주는 양평군도 정신 나간 사람들이고, 피해현장 사진 찍어 보내도 꿀 먹은 벙어리인 20사단도 정신 나간 사람들이고. 따지고 보면 한강 물 먹는 서울사람들도 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에요. 사격장에서 흘러나온 유해물질이 다 어디로 갑니까? 서울사람들 수도꼭지로 갑니다, 네. 납, 화약, 녹물, 이런 게 줄줄 흐릅니다, 흘러.
저도 압니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국방이 튼튼해야 국민의 삶도 튼튼하다는 거 다 압니다. 뒷전에 앉아서, 남북관계가 어떻고 국방이 어떻고 군사시설의 특수성이 어떻고 떠드는 사람들 와서 1주일만 살아보라 그러세요. 그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나오는가.</b>
그냥 놔두면 인터뷰 시간 다 까먹을 정도로 이상복 님의 할 말은 많고도 많았다. 얼마나 분통이 터지고 한이 쌓였을까 능히 짐작이 된다. 인근주민에 대한 불만도 컸다. 옛날부터 그랬으니, 집에 금이 가거나 말거나 먼지가 눈앞을 가리거나 말거나 멀건이 구경만 하면서 팔자려니 순응하는 태도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했다.
범군민대책위원회, 이름은 거창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올리지 못한 게 범대위의 현실이다. 해서, 이상복 님의 열변을 묵묵히 듣고만 있는 이태영 위원장에게로 질문을 옮겼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사격장 문제는 모든 양평군민의 관심사입니다. 범대위의 구성이나 활동상황을 요약해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b>
<b><font color=green>이태영 :</font> 양평 기관사회단체 80여개의 연합체입니다. 2004년 양평발전연대를 모태로, 그간의 범대위 필요성에 공감해오다가, 2015년 6월에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공식 출범했습니다. 구성은 이장단, 바르게살기협의회, 새마을협의회, 전직 군수님을 비롯한 원로 자문단, 금융기관 등의 전문가 그룹 등으로 양평전반을 아우르는 인적구성을 표면적으로는 갖추고 있습니다.
성명서 발표 등을 시작으로 사격장의 부당성을 대외에 알리는 한편 지역주민의 힘을 집결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피해발생 현장을 빠짐없이 점검하고 그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어린이날 시위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없지 않은데, 오죽하면 저희가 그랬겠습니까? 구태여 어린이날 화력시범을 보이는 게 솔직히 표리부동하게 보입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양평의 어린이를 생각한다면,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에 허구한 날 양평의 주산 용문산에다가 포격을 가하겠습니까?
군부대에 항의하는 게 솔직히 신물이 날 지경입니다. 맨날 판에 박힌 소리뿐이에요, 솔직히. 이번 덕평리 사건 때도, 현장에 나온 교육참모 개인 수준의 재발방지와 사과뿐이었어요. 추진체가 왜 거기에 떨어져 박혔는지 경위조차 여직 파악이 안 돼 있어요. 파악이나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하긴 20사단뿐이 아니죠. 정부고 경기도고 맨날 그 소리가 그 소리입니다. 알맹이 하나 없이, 양평군민의 고통은 이해하나 남북대치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현실이 어쩌고저쩌고, 이전에 대해 노력은 하겠으니 많은 이해를 바란다 식의 하나마나 한 반응이 답니다. </b>
용문산 사격장 폐쇄 범군민대책위원회, 이름은 거창하나 이렇다 할 성과 없는 조직의 수장 입장이 측은할 지경이다. 측은은 측은이고, 사명은 사명이다. 거창한 이름값을 하려면 지금의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성명서나 발표하고, 직접피해에나 항의하고, 몇백명 모여 머리띠를 두른들 국방부가, 대한민국정부가 눈썹 하나 까딱하겠는가. 어찌 보면, 주관부대 20사단도 국방부와 대한민국 정부로 인한 피해자이다. 명령에 따른 군사행동에 따른 온갖 민원을 혼자 떠맡아야 하는 때문이다. 자체결정권은 전무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태영 위원장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범대위 구성이 보기만 호화찬란했지 실제적인 동력이 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여러 번 내비쳤다. 철폐의 깃발 아래 모였지만, 실제로 철폐가 되리라 믿는 구성원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규제철폐는 모두가 말하지만 규제철폐의 실현을 믿는 사람은 드문 모양새와 어쩌면 그렇게 똑 닮았을까. 규제와 군사시설, 양쪽 수갑에 발목이 잡힌 양평의 현실이 조명탄처럼 선명해진다.
여길 봐도 답답하고 저길 봐도 답답한데, 이상복 님이 일갈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막판에, 오해한 내용을 언급한 건 있어도.
<b><font color=green>이상복 :</font> 그게 다 양평에 똑똑한 사람이 없어서예요.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수만명이 모여사는 곳에서 맨날 포탄 터지는 소리 듣고 사는 게? 국방을 위해 꼭 포 사격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그건 좋다 이거에요. 대한민국 골고루 가서 하라 이겁니다, 왜 양평에서만 한 복판에 서 이 난리입니까? 서울사람 부산사람은 포탄 소리 한번 들으면 귀라도 먹는 겁니까?
누구라도 총대를 메고 이걸 바로잡아야죠. 힘없는 군민에게 떠밀어놓고 맨날 말로만 이전을 떠들면 뭐합니까? 선거 때마다 사격장 문제 운운 안하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또 누구 하나 지키기는커녕 진짜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 개코도 없지 않아요? 그런데도 맨날 찍은 사람 또 찍어주고... 군수고 국회의원이고 군의원이고 도의원이고 이번 어린이날 데모에 당연히 나서야 하지 않아요?</b>
<b><font color=green>이태영 :</font> 그 부분은 조금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번 어린이날 항의집회 성격의 대회에서 정치인이나 선출직을 배제한 것은 순수 민간주도의 대회로 치르기 위해서예요. 일각에서
정치인이 참여하면 집회인원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사고가 날까봐 집행부가 위축됐다, 다시 말해 말로만 떠들지 실지로는 큰 문제로 부각하고 싶지 않은 집행부의 꼼수라는 억측도 있지만 그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왜 집행부가 사격장문제를 축소하려고 하겠습니까? 물론 집회에서 사고가 없도록 노력해야 하고,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문제를 타결해나가야 하겠지만 날이 갈수록 이렇게 가서 과연 뭐가 되겠는가, 이런 고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요.
이성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합리적으로 다가가서는 문제의 본질에도 닿을 수 없는 게 아닌가 그런 불안감이 자꾸 커져만 갑니다. 우리 양평군민 모두가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까? 그런데 가해자들은 마치 우리의 정당한 요구나 항의를 마치 비애국적 행태로 희석시키는 눈치, 아니 눈치랄 것도 없이 그런 식으로 대응하는 게 훤히 보여요.
솔직히 맨 처음 위원장직 맡을 때에는, 이래서야 되겠나, 하는 정도의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진실을 마주하게 되니까 이제는 정말 피가 끓는 분노가 솟습니다. 국방부나 정부의 태도는, 이런 식으로 영영 이 땅에 사격장을 뿌리박겠다는 속셈밖에 없어 보여요. 대체부지를 내놔라, 조성비를 부담해라, 이게 다 무슨 소립니까? 무상대부로 빌려 썼으면, 임대기간 끝났으면 떠나야 하고, 떠나기 전에 임대 이전의 상태로 원상회복할 노력을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항쟁 수준까지 각오해야겠지만, 일단은 준비과정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용문산 사격장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명확히 밝혀내겠습니다. 토양 및 수질 오염 분석, 소음공해 측정, 인근주민의 재산상 손실, 지역전반에 미치는 악영향 등등을 입증해내겠습니다. 이를 위해, 34년간 피해 관련 기초조사 한번 없었음을 환기시키고 양평군과 공조해 관련 용역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어떤 피해를 얼마나 받았으며, 받고 있으며, 그대로 놔두면 얼마나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인식이 될 터이고, 제대로 인식이 돼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알고 나면 양평군민 누구라도 분노할 거라고 확실히 믿습니다. 양평군민 모두의 올바른 인식과 정당한 분노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지렛대입니다. 양평군민 모두가 분노하기 전에, 국방부와 정부가 정의를 실현해주기를 촉구하고 싶습니다.</b>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이전자체가 불가능하니 현 사격장을 보완해서 실제 군사훈련을 관람할 수 있는 일종의 테마마크 조성은 어떨지 하는 의견도 소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b>
<b><font color=green>이태영 :</font> 그 부분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선 정부차원의 접근과 해법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20사단 국한의 문제처럼 방치해둔 상태에서는 철폐 이외에 어떠한 대안도 무의미합니다. 섣부른 대안제시는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크게 호도시킬 우려가 다분합니다.
국방부에서 의뢰한 용역결과가 7월에 나옵니다. 솔직히 별반 기대하지 않습니다. 가해당사자의 용역결과에 무슨 희망을 걸겠습니까? 이를 두고 마치 사격장문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말씀하시는 정병국의원님의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양평 스스로의 의지가 선행되어야만 국방부, 정부의 올바른 대응의 물꼬가 트인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b>
아직도 세월호, 냐고 반문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경우가 흔하다. 지겹게 들었다고 지겨워해서는, 태산 같은 문제는 언제까지나 태산으로 남아 있기 마련이다. 사격장 문제, 지겹게 들었고 지겹게 제기하고 있다.
그래도, 양평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지겨움을 크게 경계해야 한다. 지겨운 문제라 입과 귀를 닫아버리면, 사격장은 언제까지나 태산의 지역문제로 양평을 억누를 것이다. 언제까지나 우리는 포 소리에 밤잠을 설칠 게 될 것이고, 우리의 아이는 화창한 봄날 오후 기관총 소리를 벗 삼아 구구단을 외우게 될 것이다.
『군사적 자위능력은 국가 존립의 제일 원칙이다. 지구상 어느 국가인들 유사시를 대비한 군사훈련를 등한시하겠는가마는, 지구상 또 어느 국가가 제 국민이 모여 사는 한 고장의 중심지에 포탄을 쏟아 부으며 군사훈련을 강행하겠는가. 지구상 어느 국민이 제 사는 고장 한복판에 허구한 날 포탄을 터뜨리는,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있을 수 없는 횡포를 저지르는 정부를 따를 수 있겠는가.』
- 2008년 11월 10 YPN 발행인 칼럼에서 발췌
양평 한 복판, 하루건너 전쟁터가 된다. 둔중한 폭발음이 양평을 두들겨 패다가, 섬뜩한 연발화기의 발사음이 양평을 관통한다. 대한민국에 이런 데가 또 있을까. 영화 ‘파이란’에서 최민식이 읊었던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대한민국 호구다. 대한민국 대표 호구...’. ‘나’ 대신 양평을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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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종합사격장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다. 1982년 11월 30일, 양평군으로부터 무상대부로 점용한 이후 1997년 10월 16일까지는 합법적 군사시설이었지만, 3차 무상대부 연장 요청을 양평군이 거절한 다음날부터는 엄연히 불법적 군사시설이다. 임대기간이 종료된 지 20년이 다 돼가도록 꿈쩍도 않는 불법 군사시설은 점령군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국방부가, 대한민국 정부가 양평을 점령이라도 했단 말인가!
2016년 5월 13일, 자유총연맹 사무실에서 ‘용문산사격장 폐쇄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이태영 위원장과 사격장 인근 덕평리 주민 이상복 님을 만났다. 일교차가 심한 2016년 5월 날씨가 양평의 민심을 닮아 보인다. 분노는 뜨겁고 관심은 서늘한 게, 요즈음 낮밤의 기온과도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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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거기서 사시기가 좀 어떠세요?</b>
<b><font color=green>이상복 :</font> 그런 질문은 약 올리는 소리로밖에는 안 들려요. 내가 2006년도 전재산 털어서 이리로 이사 왔는데 이런 덴 줄 알았으면 미쳤다고 왔겠어요? 평생 살 집이니까 기소 단단히 하고 좋은 창호 쓰고, 내 딴에는 정성을 다해 지은 집이에요.
지금 아주 개판입니다, 개판. 금 안 간 데가 없고, 멀쩡한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나가고, 소음? 아이고, 말도 못해요. 비행장 그까짓 거는 비교도 안돼요. 거기는 보상이라도 받지, 이건 뭐 땡전 한 푼,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미세먼지가 건강을 해쳐서 큰 국가문제라구요? 우리들한텐 진짜 웃기는 소립니다. 탱크 한 번 지나가면 먼지가, 먼지가 세상에 그런 먼지구덩이가 없어요.
20사단이고 양평군이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에요. 이런 데에다 건축허가 내주는 양평군도 정신 나간 사람들이고, 피해현장 사진 찍어 보내도 꿀 먹은 벙어리인 20사단도 정신 나간 사람들이고. 따지고 보면 한강 물 먹는 서울사람들도 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에요. 사격장에서 흘러나온 유해물질이 다 어디로 갑니까? 서울사람들 수도꼭지로 갑니다, 네. 납, 화약, 녹물, 이런 게 줄줄 흐릅니다, 흘러.
저도 압니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국방이 튼튼해야 국민의 삶도 튼튼하다는 거 다 압니다. 뒷전에 앉아서, 남북관계가 어떻고 국방이 어떻고 군사시설의 특수성이 어떻고 떠드는 사람들 와서 1주일만 살아보라 그러세요. 그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나오는가.</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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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놔두면 인터뷰 시간 다 까먹을 정도로 이상복 님의 할 말은 많고도 많았다. 얼마나 분통이 터지고 한이 쌓였을까 능히 짐작이 된다. 인근주민에 대한 불만도 컸다. 옛날부터 그랬으니, 집에 금이 가거나 말거나 먼지가 눈앞을 가리거나 말거나 멀건이 구경만 하면서 팔자려니 순응하는 태도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했다.
범군민대책위원회, 이름은 거창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올리지 못한 게 범대위의 현실이다. 해서, 이상복 님의 열변을 묵묵히 듣고만 있는 이태영 위원장에게로 질문을 옮겼다.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사격장 문제는 모든 양평군민의 관심사입니다. 범대위의 구성이나 활동상황을 요약해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b>
<b><font color=green>이태영 :</font> 양평 기관사회단체 80여개의 연합체입니다. 2004년 양평발전연대를 모태로, 그간의 범대위 필요성에 공감해오다가, 2015년 6월에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공식 출범했습니다. 구성은 이장단, 바르게살기협의회, 새마을협의회, 전직 군수님을 비롯한 원로 자문단, 금융기관 등의 전문가 그룹 등으로 양평전반을 아우르는 인적구성을 표면적으로는 갖추고 있습니다.
성명서 발표 등을 시작으로 사격장의 부당성을 대외에 알리는 한편 지역주민의 힘을 집결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피해발생 현장을 빠짐없이 점검하고 그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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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 시위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없지 않은데, 오죽하면 저희가 그랬겠습니까? 구태여 어린이날 화력시범을 보이는 게 솔직히 표리부동하게 보입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양평의 어린이를 생각한다면,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에 허구한 날 양평의 주산 용문산에다가 포격을 가하겠습니까?
군부대에 항의하는 게 솔직히 신물이 날 지경입니다. 맨날 판에 박힌 소리뿐이에요, 솔직히. 이번 덕평리 사건 때도, 현장에 나온 교육참모 개인 수준의 재발방지와 사과뿐이었어요. 추진체가 왜 거기에 떨어져 박혔는지 경위조차 여직 파악이 안 돼 있어요. 파악이나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하긴 20사단뿐이 아니죠. 정부고 경기도고 맨날 그 소리가 그 소리입니다. 알맹이 하나 없이, 양평군민의 고통은 이해하나 남북대치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현실이 어쩌고저쩌고, 이전에 대해 노력은 하겠으니 많은 이해를 바란다 식의 하나마나 한 반응이 답니다. </b>
용문산 사격장 폐쇄 범군민대책위원회, 이름은 거창하나 이렇다 할 성과 없는 조직의 수장 입장이 측은할 지경이다. 측은은 측은이고, 사명은 사명이다. 거창한 이름값을 하려면 지금의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성명서나 발표하고, 직접피해에나 항의하고, 몇백명 모여 머리띠를 두른들 국방부가, 대한민국정부가 눈썹 하나 까딱하겠는가. 어찌 보면, 주관부대 20사단도 국방부와 대한민국 정부로 인한 피해자이다. 명령에 따른 군사행동에 따른 온갖 민원을 혼자 떠맡아야 하는 때문이다. 자체결정권은 전무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태영 위원장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범대위 구성이 보기만 호화찬란했지 실제적인 동력이 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여러 번 내비쳤다. 철폐의 깃발 아래 모였지만, 실제로 철폐가 되리라 믿는 구성원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규제철폐는 모두가 말하지만 규제철폐의 실현을 믿는 사람은 드문 모양새와 어쩌면 그렇게 똑 닮았을까. 규제와 군사시설, 양쪽 수갑에 발목이 잡힌 양평의 현실이 조명탄처럼 선명해진다.
여길 봐도 답답하고 저길 봐도 답답한데, 이상복 님이 일갈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막판에, 오해한 내용을 언급한 건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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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green>이상복 :</font> 그게 다 양평에 똑똑한 사람이 없어서예요.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수만명이 모여사는 곳에서 맨날 포탄 터지는 소리 듣고 사는 게? 국방을 위해 꼭 포 사격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그건 좋다 이거에요. 대한민국 골고루 가서 하라 이겁니다, 왜 양평에서만 한 복판에 서 이 난리입니까? 서울사람 부산사람은 포탄 소리 한번 들으면 귀라도 먹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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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green>이태영 :</font> 그 부분은 조금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번 어린이날 항의집회 성격의 대회에서 정치인이나 선출직을 배제한 것은 순수 민간주도의 대회로 치르기 위해서예요. 일각에서
정치인이 참여하면 집회인원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사고가 날까봐 집행부가 위축됐다, 다시 말해 말로만 떠들지 실지로는 큰 문제로 부각하고 싶지 않은 집행부의 꼼수라는 억측도 있지만 그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왜 집행부가 사격장문제를 축소하려고 하겠습니까? 물론 집회에서 사고가 없도록 노력해야 하고,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문제를 타결해나가야 하겠지만 날이 갈수록 이렇게 가서 과연 뭐가 되겠는가, 이런 고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요.
이성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합리적으로 다가가서는 문제의 본질에도 닿을 수 없는 게 아닌가 그런 불안감이 자꾸 커져만 갑니다. 우리 양평군민 모두가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까? 그런데 가해자들은 마치 우리의 정당한 요구나 항의를 마치 비애국적 행태로 희석시키는 눈치, 아니 눈치랄 것도 없이 그런 식으로 대응하는 게 훤히 보여요.
솔직히 맨 처음 위원장직 맡을 때에는, 이래서야 되겠나, 하는 정도의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진실을 마주하게 되니까 이제는 정말 피가 끓는 분노가 솟습니다. 국방부나 정부의 태도는, 이런 식으로 영영 이 땅에 사격장을 뿌리박겠다는 속셈밖에 없어 보여요. 대체부지를 내놔라, 조성비를 부담해라, 이게 다 무슨 소립니까? 무상대부로 빌려 썼으면, 임대기간 끝났으면 떠나야 하고, 떠나기 전에 임대 이전의 상태로 원상회복할 노력을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항쟁 수준까지 각오해야겠지만, 일단은 준비과정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용문산 사격장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명확히 밝혀내겠습니다. 토양 및 수질 오염 분석, 소음공해 측정, 인근주민의 재산상 손실, 지역전반에 미치는 악영향 등등을 입증해내겠습니다. 이를 위해, 34년간 피해 관련 기초조사 한번 없었음을 환기시키고 양평군과 공조해 관련 용역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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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피해를 얼마나 받았으며, 받고 있으며, 그대로 놔두면 얼마나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인식이 될 터이고, 제대로 인식이 돼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알고 나면 양평군민 누구라도 분노할 거라고 확실히 믿습니다. 양평군민 모두의 올바른 인식과 정당한 분노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지렛대입니다. 양평군민 모두가 분노하기 전에, 국방부와 정부가 정의를 실현해주기를 촉구하고 싶습니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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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16일 오후 2시40분께 옥천면 용천리 사나사계곡 주차장에 앞뒤로 나란히 주차돼 있던 관광버스 2대가 인근 신애리 종합사격장에서 날아든 4.2인치 2개의 조명탄 탄피(길이 30여㎝, 지름 12㎝)로 가로 80㎝, 세로 15㎝ 크기의 구멍이 뚫리는 등 버스가 크게 파손됐다. |
<b><font color=green>안병욱 :</font> 이전자체가 불가능하니 현 사격장을 보완해서 실제 군사훈련을 관람할 수 있는 일종의 테마마크 조성은 어떨지 하는 의견도 소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b>
<b><font color=green>이태영 :</font> 그 부분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선 정부차원의 접근과 해법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20사단 국한의 문제처럼 방치해둔 상태에서는 철폐 이외에 어떠한 대안도 무의미합니다. 섣부른 대안제시는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크게 호도시킬 우려가 다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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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월호, 냐고 반문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경우가 흔하다. 지겹게 들었다고 지겨워해서는, 태산 같은 문제는 언제까지나 태산으로 남아 있기 마련이다. 사격장 문제, 지겹게 들었고 지겹게 제기하고 있다.
그래도, 양평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지겨움을 크게 경계해야 한다. 지겨운 문제라 입과 귀를 닫아버리면, 사격장은 언제까지나 태산의 지역문제로 양평을 억누를 것이다. 언제까지나 우리는 포 소리에 밤잠을 설칠 게 될 것이고, 우리의 아이는 화창한 봄날 오후 기관총 소리를 벗 삼아 구구단을 외우게 될 것이다.
『군사적 자위능력은 국가 존립의 제일 원칙이다. 지구상 어느 국가인들 유사시를 대비한 군사훈련를 등한시하겠는가마는, 지구상 또 어느 국가가 제 국민이 모여 사는 한 고장의 중심지에 포탄을 쏟아 부으며 군사훈련을 강행하겠는가. 지구상 어느 국민이 제 사는 고장 한복판에 허구한 날 포탄을 터뜨리는,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있을 수 없는 횡포를 저지르는 정부를 따를 수 있겠는가.』
- 2008년 11월 10 YPN 발행인 칼럼에서 발췌
YPN뉴스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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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살고보자님의 댓글
살고보자 작성일주민들의 생업을 보장하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이다,북의 핵전쟁위협속에서 안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이 살아야하는 것, 명산에 대고 대포쏘는 지역이 양평인가 당장 이전해야
중립님의 댓글
중립 작성일피해를 받는 군민들의 입장에서는 종합훈련장에 출입자체가 안되니 20사단에서
아무런 노력을 안한다고 생각하실수도있지만, 20사단에서도 종합훈련장 인근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유탄방지시설,방호벽등의 공사비용으로 엄청난 돈을 들이고있습니다.
그리고 82년도 이후에 종합훈련장 인근으로 전입오신분들은 훈련장내에 사격장이 있는걸 인지하고 전입오신거 아닌가요?
훈련장인근 국방부소유의 토지를 인근주민들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계신것도 아실것이고...
종합훈련장에의한 피해를 호소하고있는 지금 이시점에서도 종합훈련장인근에는
개발업자들에의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양평군이나 시설단에서는 이런 개발을 막을수도 없구요..
저도 종합훈련장의 이전을 지지하지만, 피해를 보시는분들을 위한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는게 아니었으면 합니다.
이종호님의 댓글
이종호 작성일이런현실을 알고 사는 양평 시민이여 우리가 과연 양평 시민으로 살고 있는게 부끄럽고 용기없는 하수인이 아닉가 므얼 잘했다고 양평땅에 사는가 34년동안 궐기 데모한번 사는 우리가 과연 후손을 낳고 백년대계를 위해 무얼 잘한게 있는가 이기주의 눈치만 보며 내탓이 아닌 남의탓만 하고 살건가 이런 전쟁터 양평을 위해 우리 영원한 후손을 위해 우리 어른들은 무얼 했는가 대한민국 수도권 상수도 보호구역에 34넌동안 매일 폭격하는 양평땅 한심하고 위선자인 우리 용기없는 성인들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가 누구를 위해 양평땅에 사는가요 그많은 용감함은 누구를 위해 사용하시겠읍니까 앞으로 어디에서 평생을 사시렵
강난순님의 댓글
강난순 작성일없었저야만 하는게 맞아요 오랜시간수고 하셨네요 바램되로이루도록 힘을모읍시다
김 창석님의 댓글
김 창석 작성일너희집 뒷산에 우리나라 모든 관공서 가정집 사무실 직장 콘도 모든 학교 초등 중학교 대학교 전국의 음식점 상점 아파트 펜션 집무실 호텔 옆에서 포탄을 34년쏘아대도 아무말 안하고 살아가겠는가 한번 말씀좀 해보세요
양평인님의 댓글
양평인 작성일""국방부에서 의뢰한 용역결과가 7월에 나옵니다. 솔직히 별반 기대하지 않습니다.
가해당사자의 용역결과에 무슨 희망을 걸겠습니까? 이를 두고 마치 사격장문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말씀하시는 정병국의원님의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비대위원장님 말씀처럼 위 내용에 대해서 돌파구가 될수 없다라고 하셨는데,
비대위원장님이 지금 벌이시는일에 대해서는 돌파구가 될수있다고 기대할수 있단 말씀이신가요?
혹시 이런말씀 하나 하나가 지역을 분열시킬수 있다는 생각은 안하시는지요?
어떻게 비대위원장님이라는분이 백프로 공인은 아니시지만, 반정도는 공인이신분이 이런 공개 장소에서 또다른 새로운 분열이 만들어질수 있는 말씀을 하실수 있는지
바람직 하지 않아 보입니다.
비대위원장님께서는 양평군민이 가능한이면 한명이라도 더
이일에 동참할수 있는 좋은 말씀만 하셔도 부족한 마당에 새로운 분열이 일어날수 있는 언행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읍니다.
무분별한 광고 및 악성댓글을 차단하기위한 방침이오니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