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의 새로운 나침반 ‘양강 예술문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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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넥스트경기 창조오디션에서 양평군이 ‘양강 예술문화플랫폼’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상금이 무려 40억원의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이다. 경기도내 31개 시군과 겨뤄 이번 오디션에 책정된 교부금 총액 440억원 가운데 약 10프로를 따왔으니, 일단 칭찬부터 하자. 2013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게 양평군 미래특화사업단 전략과의 부언설명인데 사업명에서 고개가 약간 갸웃해진다.
뭔 문화예술 사업이길래 40억원이나, 와 ‘플랫폼’이 뭔 말인지 2가지가 걸린다. 우선 소요예산은 40억원이 다가 아니다. 100억 하고도 6억2천만원이다. 이런 젠장, 소리할 독자가 꽤 많을 듯하다. 아직 양평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문화예술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음에. 그런데 이 사업 내용을 살펴보니 문화예술진흥만 겨냥한 게 아니다. 일단 치켜세운 눈썹부터 원위치시키시길.
<b>플랫폼의 추억과 현재</b>
한끼 줍쇼, 라는 TV프로를 보신 적 있는지.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낭랑하면서 약간 우수에 젖은 듯해서. 혹시 성우이름을 아시는지. 더러 이름 ‘김세원’은 기억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나이까지는 드물겠지. 올해 일흔 하고도 셋, EBS교육방송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뭘 먹고살기에 저 나이에 저리 목소리가 곱고도 깊을꼬.
김세원은 갓 스물에 입문해서 현재까지 늘 바쁜 성우계의 전설적 인물이다. 별처럼 빛나던 전성기는 아무래도 예전 동아방송 AM라디오 ‘밤의 플랫폼’을 진행하던 70년대이다. 밤 10시경 센치한 멘트와 음악이 30여분 전파를 탔는데, 숱한 청춘들을 몸살나게 만들곤 했다. 당시에는 플랫폼이라는 단어자체도 매우 폼이 났다. 본디 ‘plat(구획된 땅)’과 ‘form(형태)’의 합성어라는데 흔히 기차역, 장거리버스역에 대신 썼고, 여행 혹은 방랑을 함축하고 있어 겉멋 든 청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샛길로 한참 샜는데 ‘플랫폼’이 이 사업을 곡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라서 그랬다. 역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밥집부터 시작해서 온갖 편의시설이 모여든다. 여행객은 어디로 떠나거나 어디에서 돌아오고, 소비자는 물건을 사고 상인들은 물건을 팔고 생산자는 물건을 공급하는, 경제중심지가 된다.
한동안 별로 사용되지 않았던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IT시대에 진입하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사람을 모이게 하는 운영체제 (우리가 핸드폰에서 어플을 다운 받는 구글스토어, 메시지를 주고받는 카카오톡, 컴퓨터 윈도우즈쯤으로 쉽게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그리고 온라인 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사람이 모이게 만드는 공간조성이나 시스템의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핵심만 딱 짚어서 설명하는 것도 실력인데, 구구절절 말이 길어 송구하다. ‘양강 예술문화 플랫폼 조성’ 사업계획서를 3번 읽었다. 대충 훑어보니 알듯 말듯해 한 번 더 훑어보니 더 알듯 말듯해 한 번 더 정독하고나서야 이해가 된 필자의 과문이 물론 원인이다. 이 계획서를 작성한 담당자와 의절하고 싶다. 뭔 놈의 군청사업계획서가 학술서적 수준인가 말이다.
<b>멍석은 관청에서 재주는 지역주민 능력껏</b>
출발도 거창하고 종착도 거창하다. 이 전략의 토대는 양평의 역사와 문화다. 양강(楊江)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남북한강의 명칭이다. 양강은 오랜 과거 동안 양평의 밥줄이었고, 팔당댐 이후로는 양평의 족쇄와 다름 아니다. 양평의 발전과 쇠퇴, 양평사람의 희로애락이 담기고 흐른 양평의 상징인 것이다.
양평의 상징을 간판으로 내건 이 사업의 공간적규모는 4만5천㎡이다. 양평읍 오빈리 예전 산림조합건물을 중심으로 떠드렁섬, 양강(양근)섬, 물안개공원, 군립미술관, 양평시장 등까지 뻗어 있다. 면적만 욕심낸 게 아니라, 내용물에는 양평에서 좋다고 소문난 건 다 들어가 있다.
뼈대만 골라 말하면, 용문산 은행나무의 문화상품화, 성황제 확대복원, 문화제 개최로 양평의 문화를 되살리고, 양강에서 양평시장까지 산책로 연결, 낡은 산림조합건물을 스마트하게 개조해서 관내 미술인들의 거점 조성, 미술인의 작업을 체험프로그램으로 응용해서, 두루두루 사람을 모으고, 모여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미술품만 아니라 양평의 생산물을 팔겠다는 게 기본구도다. 이 과정에서 양평의 핵심경제정책인 마을만들기사업과 사회적기업 육성을 통해 사회적경제공동체를 지역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겠다는 게 궁극의 목표이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양강섬 권역이 지역주민들의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뼈대만 골라보니 간단해진다. 플랫폼 오래 설명한 게 억울해서 플랫폼의 관점에서 한 번 더 바라본다. 산림조합건물은 역(驛)이 된다. 상주운영되는 중간지원조직은 역사무소쯤 되는데, 사회적경제공동체 육성전반을 지원하게 된다.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고, 도자기를 구워보고 싶은 사람은 엄청 많고, 미술로 일가견을 이룬 양평의 미술인이 주관을 하니 딴 동네 수준과는 댈 게 아닌 미술작업 체험프로그램으로 양평 안팎에서 사람들을 모은다.
사람들이 모이니 이런저런 물건도 곧잘 팔린다. 기존상품보다 지역특색이 세게 담긴 상품이 잘 팔린다. 지역사람끼리 혹은 기능인끼리 우리 마을만의 상품, 우리 기능만의 상품을 개발하게 된다. 서로 어울려 물건을 만들어 팔다보니 어엿한 기업이 된다. 기업이 되니 일자리가 창출된다. 걷기 좋은 산책로가 시장까지 뻗어 있으니, 거기에는 무슨 물건이 있나 걸음하게 된다. 마을만들기사업으로 특색을 갖춘 양평 곳곳이 소개되니, 양평 이곳저곳으로 나들이가기도 좋다. 일 년에 한 번, 대규모 문화제와 성황제를 열어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 (주)경기도와 협업이 보장되므로 시장도 한층 넓어진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일단 양평군과 양평문화원이 멍석을 깔 테니, 양평군민들이여 자기 능력껏 이익을 취하라, 이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모으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건 말 안 해도 알겠지, 이다.
<b>숙제와 전망</b>
모든 계획서를 살펴보면 항상 따라 붙는 소감이 둘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와 정말 이렇게 될까 싶은 의심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사업계획서는 정도가 한 열배쯤 부풀기 마련이고.
우선 예산현황부터 살펴보자.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에서 최우수상과 특조금 100억원을 거머쥐는 게 원래 목표였다. 우수상도 대단하긴 하지만 확보된 특조금은 40억원뿐이다. 예산계획에서 60억원의 창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주무부서는 국비 확보로 돌파하겠다는 각오이긴 하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예산이 줄면 주는 대로, 사업을 축소하는 것도 옳지 않다. 예산 모자란다고 역만 지어놓고 철로를 놓지 않으면 어찌 기차가 다니겠는가. 이 사업은 구성요소 모두가 아주 촘촘히 유기적으로 짜여 있다. 하나가 빠지면 하나가 결손이 생기는 게 아니라 대여섯이 우르르 무너지는 체계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해서 서넛을 만들고, 서넛과 서넛을 더해서 열을 넘기는 게 이 사업의 기저이다.
예산이 전액 확보된다 하더라도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기에는 무수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는 누락되었는지 모르지만 주차공간계획이 미진하다. 지금 사업대상지역은 주차포화 상태다. 양평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 될 포부만 키울 게 아니라, 입장객 30만 명을 담을 그릇부터 단단히 챙겨야 한다. 영 못 찾으면 강물 위에 철판을 덮어서라도 주차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주무부서는 사업대상지 전역에 골고루 주차해야 경제적 소통이 용이하다는 입장인데, 지금도 차 댈 데가 없는 건 어쩌라는 말인지.
상품홍보나 판매의 공간조성이 미흡하다. 미술품이야 체험장소에서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에게는 태부족이다. 중간지원조직이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을 원거리에서 육성하는 것만 염두에 둔 계획이라면, 애써 손님 모은 게 아까울 수밖에 없다. 미술과 지원센터를 한 자리에 둔 것이 다만 공간확보의 편의성만 요량한 결과라면 의미가 크게 반감된다. 더 나아가 서로 시너지효과보다는 오히려 방해요소로 작용될 우려마저 생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기우일수 있으나, 성황제 개최로 인한 종교계와의 마찰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바로 옆자리가 우리나라 천주교의 필수순례지인 양근성지 아닌가. 전통문화와 종교의식의 경계선이 애매하긴 하지만 성황제와 천주교성지가 어깨를 나란히 두게 된다는 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주무부서는 무형문화재지정을 목표로 추진해서 마찰을 피하겠다는 입장이고, 천주교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편이라 어찌 잘 넘어갈 수도 있을는지도.
자잘한 문제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더라도 의연히 갈길을 가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법이다.이제 막 장도에 나섰는데, 구경꾼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게 길면 못 쓴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만 더 딴지를 건다. 큰 문제더라도 미리 잘 대비하면 풀기가 쉽고 자잘한 문제더라도 그냥 놔둬버리면 쑥쑥 자라나는 법이라네요.
뭔 문화예술 사업이길래 40억원이나, 와 ‘플랫폼’이 뭔 말인지 2가지가 걸린다. 우선 소요예산은 40억원이 다가 아니다. 100억 하고도 6억2천만원이다. 이런 젠장, 소리할 독자가 꽤 많을 듯하다. 아직 양평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문화예술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음에. 그런데 이 사업 내용을 살펴보니 문화예술진흥만 겨냥한 게 아니다. 일단 치켜세운 눈썹부터 원위치시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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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플랫폼의 추억과 현재</b>
한끼 줍쇼, 라는 TV프로를 보신 적 있는지.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낭랑하면서 약간 우수에 젖은 듯해서. 혹시 성우이름을 아시는지. 더러 이름 ‘김세원’은 기억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나이까지는 드물겠지. 올해 일흔 하고도 셋, EBS교육방송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뭘 먹고살기에 저 나이에 저리 목소리가 곱고도 깊을꼬.
김세원은 갓 스물에 입문해서 현재까지 늘 바쁜 성우계의 전설적 인물이다. 별처럼 빛나던 전성기는 아무래도 예전 동아방송 AM라디오 ‘밤의 플랫폼’을 진행하던 70년대이다. 밤 10시경 센치한 멘트와 음악이 30여분 전파를 탔는데, 숱한 청춘들을 몸살나게 만들곤 했다. 당시에는 플랫폼이라는 단어자체도 매우 폼이 났다. 본디 ‘plat(구획된 땅)’과 ‘form(형태)’의 합성어라는데 흔히 기차역, 장거리버스역에 대신 썼고, 여행 혹은 방랑을 함축하고 있어 겉멋 든 청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샛길로 한참 샜는데 ‘플랫폼’이 이 사업을 곡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라서 그랬다. 역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밥집부터 시작해서 온갖 편의시설이 모여든다. 여행객은 어디로 떠나거나 어디에서 돌아오고, 소비자는 물건을 사고 상인들은 물건을 팔고 생산자는 물건을 공급하는, 경제중심지가 된다.
한동안 별로 사용되지 않았던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IT시대에 진입하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사람을 모이게 하는 운영체제 (우리가 핸드폰에서 어플을 다운 받는 구글스토어, 메시지를 주고받는 카카오톡, 컴퓨터 윈도우즈쯤으로 쉽게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그리고 온라인 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사람이 모이게 만드는 공간조성이나 시스템의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핵심만 딱 짚어서 설명하는 것도 실력인데, 구구절절 말이 길어 송구하다. ‘양강 예술문화 플랫폼 조성’ 사업계획서를 3번 읽었다. 대충 훑어보니 알듯 말듯해 한 번 더 훑어보니 더 알듯 말듯해 한 번 더 정독하고나서야 이해가 된 필자의 과문이 물론 원인이다. 이 계획서를 작성한 담당자와 의절하고 싶다. 뭔 놈의 군청사업계획서가 학술서적 수준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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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멍석은 관청에서 재주는 지역주민 능력껏</b>
출발도 거창하고 종착도 거창하다. 이 전략의 토대는 양평의 역사와 문화다. 양강(楊江)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남북한강의 명칭이다. 양강은 오랜 과거 동안 양평의 밥줄이었고, 팔당댐 이후로는 양평의 족쇄와 다름 아니다. 양평의 발전과 쇠퇴, 양평사람의 희로애락이 담기고 흐른 양평의 상징인 것이다.
양평의 상징을 간판으로 내건 이 사업의 공간적규모는 4만5천㎡이다. 양평읍 오빈리 예전 산림조합건물을 중심으로 떠드렁섬, 양강(양근)섬, 물안개공원, 군립미술관, 양평시장 등까지 뻗어 있다. 면적만 욕심낸 게 아니라, 내용물에는 양평에서 좋다고 소문난 건 다 들어가 있다.
뼈대만 골라 말하면, 용문산 은행나무의 문화상품화, 성황제 확대복원, 문화제 개최로 양평의 문화를 되살리고, 양강에서 양평시장까지 산책로 연결, 낡은 산림조합건물을 스마트하게 개조해서 관내 미술인들의 거점 조성, 미술인의 작업을 체험프로그램으로 응용해서, 두루두루 사람을 모으고, 모여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미술품만 아니라 양평의 생산물을 팔겠다는 게 기본구도다. 이 과정에서 양평의 핵심경제정책인 마을만들기사업과 사회적기업 육성을 통해 사회적경제공동체를 지역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겠다는 게 궁극의 목표이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양강섬 권역이 지역주민들의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뼈대만 골라보니 간단해진다. 플랫폼 오래 설명한 게 억울해서 플랫폼의 관점에서 한 번 더 바라본다. 산림조합건물은 역(驛)이 된다. 상주운영되는 중간지원조직은 역사무소쯤 되는데, 사회적경제공동체 육성전반을 지원하게 된다.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고, 도자기를 구워보고 싶은 사람은 엄청 많고, 미술로 일가견을 이룬 양평의 미술인이 주관을 하니 딴 동네 수준과는 댈 게 아닌 미술작업 체험프로그램으로 양평 안팎에서 사람들을 모은다.
사람들이 모이니 이런저런 물건도 곧잘 팔린다. 기존상품보다 지역특색이 세게 담긴 상품이 잘 팔린다. 지역사람끼리 혹은 기능인끼리 우리 마을만의 상품, 우리 기능만의 상품을 개발하게 된다. 서로 어울려 물건을 만들어 팔다보니 어엿한 기업이 된다. 기업이 되니 일자리가 창출된다. 걷기 좋은 산책로가 시장까지 뻗어 있으니, 거기에는 무슨 물건이 있나 걸음하게 된다. 마을만들기사업으로 특색을 갖춘 양평 곳곳이 소개되니, 양평 이곳저곳으로 나들이가기도 좋다. 일 년에 한 번, 대규모 문화제와 성황제를 열어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 (주)경기도와 협업이 보장되므로 시장도 한층 넓어진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일단 양평군과 양평문화원이 멍석을 깔 테니, 양평군민들이여 자기 능력껏 이익을 취하라, 이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모으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건 말 안 해도 알겠지, 이다.
<b>숙제와 전망</b>
모든 계획서를 살펴보면 항상 따라 붙는 소감이 둘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와 정말 이렇게 될까 싶은 의심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사업계획서는 정도가 한 열배쯤 부풀기 마련이고.
우선 예산현황부터 살펴보자.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에서 최우수상과 특조금 100억원을 거머쥐는 게 원래 목표였다. 우수상도 대단하긴 하지만 확보된 특조금은 40억원뿐이다. 예산계획에서 60억원의 창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주무부서는 국비 확보로 돌파하겠다는 각오이긴 하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예산이 줄면 주는 대로, 사업을 축소하는 것도 옳지 않다. 예산 모자란다고 역만 지어놓고 철로를 놓지 않으면 어찌 기차가 다니겠는가. 이 사업은 구성요소 모두가 아주 촘촘히 유기적으로 짜여 있다. 하나가 빠지면 하나가 결손이 생기는 게 아니라 대여섯이 우르르 무너지는 체계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해서 서넛을 만들고, 서넛과 서넛을 더해서 열을 넘기는 게 이 사업의 기저이다.
예산이 전액 확보된다 하더라도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기에는 무수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는 누락되었는지 모르지만 주차공간계획이 미진하다. 지금 사업대상지역은 주차포화 상태다. 양평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 될 포부만 키울 게 아니라, 입장객 30만 명을 담을 그릇부터 단단히 챙겨야 한다. 영 못 찾으면 강물 위에 철판을 덮어서라도 주차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주무부서는 사업대상지 전역에 골고루 주차해야 경제적 소통이 용이하다는 입장인데, 지금도 차 댈 데가 없는 건 어쩌라는 말인지.
상품홍보나 판매의 공간조성이 미흡하다. 미술품이야 체험장소에서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에게는 태부족이다. 중간지원조직이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을 원거리에서 육성하는 것만 염두에 둔 계획이라면, 애써 손님 모은 게 아까울 수밖에 없다. 미술과 지원센터를 한 자리에 둔 것이 다만 공간확보의 편의성만 요량한 결과라면 의미가 크게 반감된다. 더 나아가 서로 시너지효과보다는 오히려 방해요소로 작용될 우려마저 생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기우일수 있으나, 성황제 개최로 인한 종교계와의 마찰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바로 옆자리가 우리나라 천주교의 필수순례지인 양근성지 아닌가. 전통문화와 종교의식의 경계선이 애매하긴 하지만 성황제와 천주교성지가 어깨를 나란히 두게 된다는 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주무부서는 무형문화재지정을 목표로 추진해서 마찰을 피하겠다는 입장이고, 천주교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편이라 어찌 잘 넘어갈 수도 있을는지도.
자잘한 문제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더라도 의연히 갈길을 가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법이다.이제 막 장도에 나섰는데, 구경꾼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게 길면 못 쓴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만 더 딴지를 건다. 큰 문제더라도 미리 잘 대비하면 풀기가 쉽고 자잘한 문제더라도 그냥 놔둬버리면 쑥쑥 자라나는 법이라네요.
YPN뉴스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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